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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이 쉽지 않은 이유들

입력
2021.05.11 00:00
수정
2021.05.11 09:49
27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0일 베이징에서 화상으로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 4월 초 정부는 “신종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가급적 조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있은 후 나온 발표였다.

시진핑 방한 여부는 양국의 협상과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어서 여전히 그 가능성이 열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에 서투른 서생(書生)적 시각에서 볼 때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다.

첫째, 중국은 한국 대통령이 임기 4년 차에 들어가면 한국과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유보하는 경향이 있다. ‘레임덕’ 기간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차기 한국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기다린다. 5년 단임의 한국 대통령제에서 정책의 연속성을 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북한 정책에서 그러하다. 중국은 북한 문제가 한국 측의 주요 어젠다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과거 한국 정부가 진보·보수 성향에 따라 완전히 상반된 대북 정책을 추진하면서 당시 한국 정부의 입장에 맞게 중국에 대해 상반된 협조를 요구한 것은 중국에 난처한 일이었다. “지난번 한국 정부는 북한 목을 조르라고 하더니, 이번 정부는 목을 풀라고 한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한 중국 관계자의 말이다.

둘째, 정상회담 성과물에 대한 고민이다. 정상회담은 양국 최고정책 결정자가 만나서 서로 굵직한 정책적·외교적 선물을 교환하는 자리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한중 간에 주고받을 마땅한 교환물이 애매하다. 중국 측이 원하는 것은 결국 ‘미중 갈등 사이에서 한국의 포지셔닝’이다. 포괄적인 표현이긴 하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담긴다. 한국의 쿼드(Quad) 참여 여부도 그러하고, 반도체 문제도 그러하다. 중국 인권 문제도 그러하고, 미국이 중국 압박 카드로 만지작거리고 있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보이콧 문제도 그러하다.

중국은 결국 총론적으로는 향후 한국이 전반적으로 동맹인 미국편으로 기울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보는 듯하다. 특히 차기 한국 정부가 보수 정권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셋째, 역시 코로나19 상황이다. 안타깝지만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아직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중국이 방한을 고려했던 것은 작년 가을로 알려져 있다. 당시 중국 측이 생각했던 것은 중한 양국이 모두 동방 국가이자, 코로나 방역 모범국이라는 모티프를 시진핑 방한에 맞춰 대외적으로 부각시키려 했던 것이었다. 이는 시진핑이 "세계가 100년간 없던 대변화의 시기에 있지만 시간과 형세는 우리편"이라고 하며 “동양이 떠오르고 서양이 지는 추세”(?升西降)라고 한 그의 세계관과 맥락을 같이한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에서 백신 보급이 월등히 중국을 앞서가면서 상황 역전이 벌어졌다. ‘방역 모범국’ 모티프는 실기한 셈이다.

넷째, 한국에서 일고 있는 전례 없는 반중감정이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한국에서의 반중 감정은 시진핑의 항미원조 연설, BTS 소감 왜곡, 김치와 한복의 중국 기원설 주장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강원도가 추진 중인 '차이나타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방한은 호재가 아닌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유세 국면에 들어가는 한국 국내정치 생태계에서 더욱 그러하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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