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와 만성피로는 달라요

입력
2021.05.1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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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만성피로증후군의 날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일 수 있다. 대개의 직장인은 진단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는 말이다. pixabay 사진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피로증후군일 수 있다. 대개의 직장인은 진단의 기회조차 얻기 힘들다는 말이다. pixabay 사진


철학자 한병철은 '피로사회'(문학과 지성사)에서, 20세기 후반 사회를 '할 수 있다'는 긍정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성과사회'라고 명명하며, 그 이전 금지와 부정의 '규율사회'와 구분했다. 현대의 개인, 즉 '성과 주체'는 능력과 성과를 통해 끊임없이 평가받고 스스로도 존재감을 확인해야 하는 일상에 쉽게 피로해지고, 좌절하고, 우울증을 겪는다고 그는 책에 썼다. "규율사회의 부정성은 광인과 범죄자를 낳은" 반면 "성과사회는 우울증 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전형적인 질병이 '만성피로증후군(ME/CFS)'이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피로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휴식으로도 회복되지 않으며, 수면 장애와 기억력 및 집중력 장애, 근육통, 권태 및 식욕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진단된다.

대개의 '증후군'이 그렇듯 만성피로증후군의 병리적 원인도 뚜렷하지 않다. 의학백과 등에 따르면 다른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투여하는 약물, 스트레스 우울증이나 불안증 등의 정신적 원인, 바이러스 감염과 면역-신경호르몬계, 중추신경계 이상 등이 원인일 수 있고, 우울증 등 유사 질환으로 특정하기 힘든 복합적 증상이 지속되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학계는 세계 인구(약 78억 명)의 0.68~1%가 만성피로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경쟁사회의 문화와 관습, 이데올로기 등 여러 영향과 만성피로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 탓에 실제로 진단받는 경우는 유증상자의 20%가 채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5월 12일은 근대간호학의 토대를 닦은 나이팅게일의 생일이자 국제 만성피로증후군(ME/CFS)의 날이다. 만년의 나이팅게일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유사한 증상의 섬유근육통을 앓았다는 점에 착안해 질병에 대한 이해와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학계가 정했다. 치료 역시 쉽진 않지만, 인지행동요법과 단계별 운동요법, 제한적 약물치료가 병행된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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