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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노동자의 화장실 갈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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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러 집을 나설 때 늘 장과 방광이 걱정이다. 도로 한복판에서 신호가 오면 낭패다. 배달이 몰리는 피크시간이면 문제가 복잡하다. 배달할 때, 가게에서 라이더가 음식을 받는 것을 ‘픽’,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을 ‘배’라고 한다. 운 좋게 픽-배-픽-배 리듬을 타게 되면, 무당이 작두를 타듯 멈추기 어렵다. 배달신과의 접신을 끊어버리는 게 바로 똥과 오줌이다.
배달 시작 전 속을 비우고, 물을 먹지 않는 노력에도 시간이 지나면 신호가 온다. 이때 한 번 참았다가 배달을 수행하고 화장실에 갈지, 거절하고 화장실을 갈지 결단해야 한다. 음식이 오토바이에 이미 실려 있다면 빨리 달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데, 방지턱에 걸려 덜컹거리면 정신이 아득하다. 한 번은 1303호에 배달 갔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 13층에 도착해보니 3호가 보이지 않았다. 1-2호와 3호 엘리베이터가 구분되어 있는 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는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없었다. 아무 초인종이나 눌러 화장실 좀 쓸 수 없냐고 빌고 싶었다. 번뇌의 시간을 견디며 1303호 배달을 마치고 아파트단지 내 화장실을 찾았다. 상가 건물 화장실은 비밀번호가 걸려있었다. 단지 주변을 훑어보니, 경로당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었는데 사람은 없었다. 앞뒤 잴 거 없이 변기를 향해 달렸다. 이완의 시간이 지나고 불안이 엄습했다. 누가 들어와서 주거침입으로 신고하면 어떡하지?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화장실을 폐쇄하는 경우가 많아 화장실 찾기가 더 어렵다. 얼굴을 익힌 단골가게 사장님에겐 화장실 부탁도 쉽지만, 처음엔 화장실이란 단어를 꺼내는 것도 망설였다. 음식 전달하는 입장에서 괜히 더럽게 보일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손을 깨끗이 씻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사장님 앞에서 씻은 손의 물기를 살짝 털어 보이기도 했다. 막상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쓰고 있던 장갑과 헬멧을 벗어야 하고, 비라도 오는 날이면 젖은 우비를 벗느라 더 눈치가 보인다. 대부분의 사장님은 라이더가 화장실 사용하는 것을 흔쾌히 허용하지만, 우리 가게엔 화장실이 없다고 거절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한 라이더가 가게 화장실을 사용했다가 시비가 붙었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왜 라이더가 화장실을 사용하냐고 사장이 화를 냈다는 것이다. 언성이 높아지고, 싸움이 격해지자 사장이 라이더의 오토바이를 넘어트렸다.
똥, 오줌을 둘러싼 전쟁은 핸드폰에서도 벌어진다. 요기요에서는 등급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라이더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휴식을 누르면 알고리즘이 등급을 떨어트린다. 쿠팡과 배민 라이더들도 AI가 배차하는 콜을 거절하면 평점이 낮아진다. 화장실 간다고 봐주지는 않는다. 동네배달대행사에서는 라이더 위치가 관리자의 컴퓨터에서 점처럼 보인다. 이 점이 오랫동안 한곳에 머물면 관리자에게 전화가 오기도 한다. 라이더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화장실에 가기 전 미리 ‘장실 다녀올께요’라는 카톡을 보내놓는다.
불교에서는 화장실을 근심을 푸는 공간이라는 의미로 해우소라 부른다지만,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겐 화장실이 가장 큰 근심거리다. 눈칫밥보다 서러운 게 있다면 눈치 똥이지 않을까? 잘 먹고, 잘 쌀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만드는 것을 요구씩이나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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