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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국민 정서법' 감안하나... 문 대통령, 임혜숙·박준영 임명 고심

입력
2021.05.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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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권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청와대도 지금까지 장관급 인사 29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해온 흐름에서 벗어나 국회 논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를 밝힌 상황에서 또다시 '인사 독주' 프레임에 휘말리는 건 부담인 탓이다.

문 대통령 '임·박·노' 여론 흐름 예의주시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의 임명 여부와 관련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하는 마감일인 10일까지 국회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다각도로 여당이 의견을 수렴하고 야당과 조율하는 과정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 과정에서 국회 논의에 큰 무게를 두지 않았던 것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 현 정부 들어 야당의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29명이다. 노무현 정부(3명)·이명박 정부(7명)·박근혜 정부(10명) 등 역대 정부와 비교해 월등히 많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왼쪽부터),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각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왼쪽부터),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각각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연합뉴스


깐깐한 '포기 기준' 벗어날까

문 대통령은 그간 △실정법 위반에 준하는 경우 △정권이 엄중히 다루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잘못에 연루될 경우에만 임명을 포기했다. '해적 학회'로 불리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전력이 확인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직접 지명을 철회한 경우다. 당시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함께 물러난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사퇴 형식을 택했다.

반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관련해 막말 논란을 빚었던 변창흠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자녀 입시 특혜 논란이 불거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야당의 반발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이를 두고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이 나름의 임명 원칙이 분명하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른바 '국민 정서법'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야당에선 '인사 독주'라는 비판이 많다.

문제는 재보선 패배로 성난 민심을 마주한 문 대통령이 이번에도 강행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다. 강행을 택할 경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김오수 검찰총장 청문회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추가적인 민심 이반을 재촉할 수 있다.

야당은 김부겸 후보자보다 정치적 편향성 지적이 나오는 김오수 후보자 청문회에서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김오수 후보자의 임명을 감안해 사전에 야당이 요구하는 한두 명의 후보자는 양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했다. 국회는 오는 26일까지 인사청문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

민주당에선 "마냥 밀어붙일 순 없어"

그러나 민심을 수습해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선 임혜숙·박준영·노형욱 후보자 가운데 최소 한 명은 물러나야 하지 않느냐는 견해가 확산되고 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진보 우위의 정치 지형이 변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여론을 마냥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가족 동반 해외출장·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된 임혜숙 후보자와 외교 행낭을 이용한 도자기 밀수 의혹이 제기된 박준영 후보자가 우선순위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세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도 여전하다. 정치권의 주고받기식 임명은 원칙론자인 문 대통령의 스타일과 거리가 있다. 더욱이 일부 후보자의 임명을 포기한다면 '인사 실패'를 자인한 셈으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크다.

당청은 김부겸 후보자의 청문회를 마친 뒤 주말 동안 국회 상임위와 여론을 수렴해 임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전에 후보자들의 거취에 대한 매듭을 지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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