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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논밭 사고판 금액만 20억... 도의원 부부의 현란한 '농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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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는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을 통해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소유 실태를 조명합니다. 경자유전 원칙과 식량 주권을 위해 국가가 보호하는 토지인 농지가 고위공직자들에겐 투기 대상일 뿐이었다는 현실, 이로 인해 적지 않은 농민들이 피해를 입은 사연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땅을 샀으면 농사짓는 흉내는 내야 할 거 아니여. 이게 뭐여. 마을 사람들한테 죄다 피해나 입히고."
지난 3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천리. 이른 아침 매실나무를 가꾸던 마을 주민 A씨(70)가 성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천리는 이애형(59) 경기도의원의 배우자 B씨가 4년 전 지인과 함께 1만4,000㎡의 농지를 대거 사들였다가 팔아치워 투기 의혹이 일었던 곳이다. B씨 소유 농지를 취재 중이라고 하자 A씨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논밭을 사놓고 놀리니까 멧돼지랑 고라니가 수시로 내려와서 주민 농지까지 다 망친다고. 농사를 안 지으면 벌금을 강하게 때려야 해. 나라에서 그런 걸 안 하니까 이런 사달이 나는 거여."
B씨는 2017년 11월 천리의 논과 밭 14개 필지를 2억7,811만 원에 샀다. 그는 2018년 2,390만 원에 경매로 1필지를 매입한 데 이어, 2019년 1월에도 1필지를 추가로 사들였다. 이 일대 땅은 지금은 해체된 중견그룹 일가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룹 창업주 막내아들이 일부 땅을 내놓자, B씨가 이를 잇따라 사들였다. 마을 주민들은 "외국에 있는 막내아들이 땅 관리도 쉽지 않고 하니, 거의 헐값에 내놓았다. B씨는 시세보다 싼값에 땅을 거저 주웠다"고 전했다
B씨는 사들인 농지를 2019년 초부터 되팔기 시작했다. 아내인 이애형 의원이 2018년 7월 비례대표로 경기도의원이 된 지 반 년 만이다. 그는 2019년 1월 5,700만 원에, 한 달 뒤에는 1억4,000만 원에, 그리고 그해 10월에는 1억9,000만 원에 농지를 분할 매각했다. 사들인 지 2년도 안 돼 농지를 쪼개 판 것을 두고 애초부터 투기 목적으로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B씨는 팔고 남은 땅 중 일부는 자신 소유의 농업회사법인에 8,000만 원에 넘겼고, 나머지 1,570㎡는 자신 명의로 남겨뒀다. 이곳은 대규모 산업단지로 육성될 예정인 '용인 제2테크노밸리'가 들어서는 이동읍 덕성리에서 4㎞ 거리에 있다.
B씨가 사들였던 논과 밭에는 이팝나무와 산수유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최근 급하게 심은 티가 났다. A씨는 "그동안 농사 한 번 안 짓더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가 터지고 나서 심은 것"이라고 말했다. 농지를 무단 휴경하면 농지법 위반이기 때문에 부랴부랴 묘목을 식재한 것이다. A씨 아내는 "저 안쪽도 (B씨 등이) 샀던 땅인데 거긴 지금도 방치돼 있다"며 "하려면 제대로 하던지, 저 쓰레기들은 또 언제 치울 거냐"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급하게 땅을 다듬고 묘목을 심느라 치우지 못한 돌과 잔가지, 폐기물 더미가 논밭 구석에 흉물스럽게 쌓여 있었다.
B씨 소유 농업법인의 실체도 불분명해 보였다. 등기부등본에는 2015년 설립한 것으로 나오지만, 주소지(경기 용인시 기흥구)로 찾아가보니 전혀 다른 인테리어 회사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테리어 회사 직원은 "B씨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건물관리인도 "인테리어 회사가 입주한 지 1년이 넘었다. 이전에 있던 회사도 농업법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B씨는 아내인 이 의원이 도의회에 입성한 뒤엔 천리에서처럼 한꺼번에 농지를 사들이진 않았다. 그러나 경기 지역 곳곳에서 농지 매입을 멈추진 않았다. 그는 2019년 11월 경기 화성시 장지동 농지 990㎡를 딸과 공동으로 8억4,000여만 원에 샀는데, 32세인 딸 명의로 7억 원 안팎을 대출받았다. B씨는 같은 날 장지동 바로 옆에 있는 논 1,624㎡를 지인 3명과 함께 16억 원에 매입했다. 역시 지인 명의로 10억 원 정도를 대출받았다. 이들 지인 3명은 B씨와 함께 지난해 4월 경기 평택시 진위면 동천리 논(4,631㎡)도 6억5,800만 원에 공동매입한 적이 있었다. 이외에도 B씨는 경기 수원과 충남 서천에도 농지 2필지와 5필지를 소유하고 있었다.
이애형 의원도 농지 소유자였다. 이 의원은 2015년 9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고매동의 논(729㎡)을 3억8,000만 원에 산 뒤, 지난해 1월 지분 절반을 남편에게 증여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농지취득 자격증명신청서에 따르면 이 의원은 취득목적을 '주말·체험 영농'이라고 썼다. 반면 B씨는 취득목적을 '농업경영', 농업경영계획서엔 작년 5월부터 호박을 심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작성한 서류는 모두 허위였다. 이 논은 잡초와 쓰레기더미, 건축폐기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경작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최근 고매동 일대 농지는 1㎡당 100만 원 안팎에 거래될 정도로 가격이 뛰었다. 시세로 따지면 이 의원은 매입 6년 만에 수억 원대 (미실현) 시세차익을 올린 것이다. 특히 이들 부부의 땅은 도로 바로 옆이라 가치가 더 높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길에 딱 붙어있고 동탄이랑 인접해 수도권을 오가기 좋다. 끝내주는 위치"라고 했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경기 안성시 농지 7개 필지를 지분 공유 형태로 2008년과 2011년 취득했다가 지난해 5월 모두 매각했다. 이 의원 부부가 최근 2년 동안 사고판 농지는 모두 25필지였고, 매매대금은 20억 원에 달했다.
한국일보는 이애형 의원에게 전화와 문자로 여러 차례 본인과 배우자의 농지 취득 경위 등을 물었다. 도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메일로도 질의서를 보냈지만 이 의원은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김용찬(56) 경기도의원은 매입한 임야를 밭과 대지로 차례차례 지목 변경하면서 땅값을 높였다. 그는 2005년 5월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임야(1,048㎡)를 8,642만 원에 공매로 낙찰받아, 6년 뒤인 2011년 절반이 넘는 653㎡를 밭으로 지목 변경했다.
김 의원은 임야를 불법 개간했지만 2010년 산지관리법이 일부 개정될 때 산지 불법 전용에 대해 자진 신고하면 처벌을 면해주는 특례가 한시적으로 적용돼 처벌을 피했다. 이 밭은 조만간 다시 대지로 바뀔 예정이다. 김 의원이 2018년 4월 2종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 있는 건축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밭 입구엔 '본 토지는 사유지로 경작을 절대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창문이 깨진 녹슨 컨테이너와 폐기물 더미가 있었다.
지목이 두 차례 바뀌는 동안 땅값은 치솟았다. 김 의원이 임야를 매입할 당시 1㎡당 8만 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145만 원으로 18배 급등했다. 여기에 풍덕천동에서 8㎞ 떨어진 용인시 기흥구에 '용인플랫폼시티(용인시·경기주택도시공사·용인도시공사 공동시행 지방주도형 3기 신도시)' 사업이 최근 확정되면서 '금싸라기 땅'으로 변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2023년 사업이 본격화하면 땅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 배우자도 2012년과 2015년 남편 토지 바로 맞은편에 있는 임야(2,865㎡)의 절반을 매입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발표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풍덕천동에 보유 중인 임야와 농지의 가격은 20억 원이 넘는다.
김 의원은 한국일보에 "2005년 공매 받았을 때 땅에 묘가 있었고, 이장하면서 적지 않은 돈을 썼다"며 "16년 전에 산 땅이 어떻게 투기일 수 있느냐. (서류상) 밭이지만 경작을 안 해도 되는 땅이다. 여기에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농지법 제3조 2항에는 '농지는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소유·이용돼야 하며 투기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고위공직자들은 농지를 재산 증식을 위한 '농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지자체 광역의원들의 농지 사랑이 남달랐다.
한국일보 조사 결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3,778개 필지)를 갖고 있었다. 852명 중 광역의원은 445명(52.2%)으로 절반을 넘었다. 땅값과 면적 기준으로 매긴 농지 소유 상위 10인에도 광역의원이 각각 8명과 7명이나 포함됐다. 고액 농지 대량 소유자를 확인하기 위해 1㎡당 5만원 이상이면서 1만㎡ 이상 농지를 가진 고위공직자를 추려보니 18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광역의원이 13명에 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농업개혁위원인 임영환 변호사는 "한곳에 오래 거주한 도의원들은 손쉬운 자산증식 방법으로 지역의 농지거래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광역의원들이 싼값에 사들인 농지를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 공직자 개인별 상세내용은 <농지에 빠진 공복들
https://interactive.hankookilbo.com/v/farmmap/>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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