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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한 향을 내뿜는다… 사람들은 꽃에 지배당한다

입력
2021.05.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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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영화 '리틀 조'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넷플릭스와 왓챠로 나눠 1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영화 '리틀 조'의 앨리스는 식물공학자이다. 새 꽃을 개발할 야망으로 가득 차 있다. 왓챠 제공

영화 '리틀 조'의 앨리스는 식물공학자이다. 새 꽃을 개발할 야망으로 가득 차 있다. 왓챠 제공


영화 '리틀 조'. 왓챠 제공

영화 '리틀 조'. 왓챠 제공

꽃에 대한 이미지는 밝다. 우리의 일상을 아름답게 하고, 눈을 즐겁게 해준다. 향기로 기분을 좋게 해주기도 한다. 꽃의 의도치 않은 역할이다. 꽃에 자본주의의 욕망이 반영된다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까. 좀 더 예쁘고, 좀 더 향기로운 꽃일 것이다. 하지만 예쁘고 향기로운 꽃은 손이 많이 가기 마련이다. 너무나 예쁘고 향이 좋아서 사람이 나서서 관리하는 꽃이 개발된다면, 그 꽃에 얽매이는 사람은 행복할까, 불행할까. 영화 ‘리틀 조’는 꽃을 통해 인생의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①사람을 치유하기 위해 탄생한 꽃

식물공학자인 싱글 맘 앨리스(에밀리 비샴)는 박람회를 앞두고 새로운 꽃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누구나 향에 취하면 마음이 치유되는, 신비한 꽃이다. 부작용이라고 해야 사람들이 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정도다. 앨리스는 성공에 대한 욕심으로 금지된 유전공학 기법까지 활용한다. 꽃 개발 경쟁자이자 상사인 칼(데이비드 윌못)은 “성공보다 안전”을 강조하나 앨리스 귀에는 시기 어린 질투로 들릴 뿐이다.

앨리스는 자신에게 연심을 품고 있는 동료 크리스(벤 위쇼)와 일에 전념하고, 새 꽃들은 성공적으로 자라난다. 앨리스는 자신의 아들 조의 이름을 빌려 꽃명을 ‘리틀 조’라 짓는다. 회사 몰래 꽃 한 송이를 집에 가져가 기르는데, 조가 꽃에 바로 마음을 뺏기자 앨리스는 성공을 예감한다.

앨리스는 연심을 드러내는 동료 크리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중독으로 쉬 마음을 열지 못한다. 왓챠 제공

앨리스는 연심을 드러내는 동료 크리스에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일중독으로 쉬 마음을 열지 못한다. 왓챠 제공


②자연 이용하려다 지배당한 인간

일이 척척 잘 진행되는데, 앨리스의 경험 많은 동료 벨라(케리 폭스)가 느닷없이 경고를 한다. 벨라는 꽃이 위험한 향기를 내뿜어 사람과 동물 뇌에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앨리스가 꽃의 향기를 강화하기 위해 꽃의 생식 능력을 제거했는데, 꽃이 번식을 위해 사람의 뇌를 조정한다는 말까지 한다. 앨리스와 크리스는 벨라를 미치광이 취급을 하지만 앨리스는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 향을 맡은 크리스와 조가 이전과는 이상한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향을 맡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살피던 앨리스는 꽃이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는 걸 깨닫는다. 자연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지배당할 위기에 놓인 자신의 처지를 인지하게 된 거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꽃 리틀 조는 자신의 무기인 향을 이용해 사람을 지배한다. 종국엔 꽃들만 세상에 남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왓챠 제공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꽃 리틀 조는 자신의 무기인 향을 이용해 사람을 지배한다. 종국엔 꽃들만 세상에 남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왓챠 제공


③거짓 힐링은 어떻게 사람을 배신하는가

리틀 조의 향기를 맡은 이들은 기존 인간관계를 멀리 한다. 꽃 향기를 맡는 거만으로도 행복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건전한 교제 활동 대신, 꽃만 바라보며 꽃 관리에만 몰두한다. 사람들이 꽃을 지나치게 사랑하니 꽃은 자연스레 개체 수를 늘린다. 리틀 조는 존재의 이유인 번식에 성공하고, 사람들은 꽃에 종속된 삶을 살게 된다.

리틀 조는 꽃이지만 다의적인 의미를 지녔다. 마약이나 술, 담배, 게임(앨리스에게는 일) 등 사람들이 고독과 정신적 상처를 달래기 위해 의존하는 중독성 강한 무엇을 은유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심적 안정을 위해 마약과 술 등을 탐하지만 종국에는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대한 통제권을 뺏긴다. 요컨대 리틀 조는 거짓 힐링에 대한, 우화 같은 영화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꽃이 인간을 지배하려 한다는, 이색 소재 공포물이다. 꽃, 즉 자연이 인간에 반격하는 내용을 다뤘는데, 직설보다 은유에 의존한다. 꽃이 갑자기 이빨을 가지게 되고, 사람을 문다든가 하는 이야기 전개는 아니라는 것. 영화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차분하게 묘사하며 관객을 압박한다. 꽃 개발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본주의의 작동 매커니즘 등을 은근히 비판한다. 오스트리아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가 연출했다. 2019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서 ‘기생충’ 등과 황금종려상 등을 두고 경쟁했다. 주연배우 비샴이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68%, 관객 43%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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