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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문자폭탄·모욕죄 고발... 김부겸은 '당심'보다 '민심' 택했다

입력
2021.05.06 20:40
수정
2021.05.06 22: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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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안경을 만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답변에 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취약점인 집값 폭등, 내로남불 논란 등에 대해 '사과할 것은 사과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문제에 대해선 "제가 아는 민주주의 방식은 아니다"라며 쓴소리도 했다.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차기 총리 후보자로서 '민생과 통합'에 방점을 찍겠다는 취지다. 여야 간 청문회 정국 와중에 국회 본회의 투표까지 거쳐야 하는 만큼 '야당과 불필요한 각을 세우지 않는다'는 로키 전략으로 읽힌다.

"국민의 꾸짖음 명심"... 시작부터 자세 낮춰

김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 시작부터 “4·7 재·보궐선거의 준엄한 회초리를 아프게 받아들인다. 국민 여러분의 꾸짖음을 명심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②부동산 안정 ③민생 돌봄 ④청년 정책 ⑤국민 통합 등 다섯 가지 목표를 밝혔다. 모두 개혁보다는 '민생·통합'을 큰 줄기로 하는 현안들이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을 자극할만한 소신 발언도 피하지 않았다. 친문 지지층의 '문자폭탄'에 대해 "제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민주주의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임대차 3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밀어붙인 친문계 당 지도부에 대해선 "국민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숙성해서, 여야가 대화했다면 국민이 납득하는 데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국민 눈높이'를 답변 기준으로 삼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대해선 "여러 가지가 기대에 못 미쳤다. 국민들, 특히 젊은 층에 여러 상처를 준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사건 피해자에 대해 '피해호소 고소인'이라고 칭한 것에 대해선 "성인지 감수성이 많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친문계인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 등이 주장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서도 "당론으로 정한 게 아니라 일부 의원의 개인 의견으로 안다"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울산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울산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모욕죄 고소' 논란... 靑 보좌진에 쓴소리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취하' 논란에 대해서는 "주변 참모들이 대통령께서 폭넓게 보도록 보좌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고소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비방하는 전단을 살포했던 30대 남성을 고소했다가 '최고 권력자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 출신인 김 후보자는 여권에서 '통합'을 상징하는 정치인의 대명사다. 4·7 재보선 참패로 민심 수습 요구에 직면한 문 대통령이 임기 말을 책임질 마지막 총리로 김 후보자를 발탁한 배경과 맞닿아 있다. 김 후보자도 이날 '대통령에게 직언도 마다하지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사면론에 "文대통령에 의견 전달"

찬반 논란이 갈리는 현안에 대해선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취했다.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면론에 대해 "반도체는 미래 먹거리의 핵심이고, 글로벌 밸류체인(공급망) 내에서 경쟁력이 있는 삼성에 대한 배려 조치가 있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총리로 취임한다면 경제계도 만날 것인데 그분들이 갖고 있는 상황 인식을 잘 정리해서 대통령께 전달드리겠다"고 답했다. 사면론에 선을 그어온 청와대나 민주당과 다소 결이 다른 의견이다.

최근 2030세대 투자자가 몰린 가상화폐 거래에 대해선 "금융상품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비판이 많다"면서도 "400만 명 이상이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알아서들 하라'고 방치하는 건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를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며서도 투자자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근로자에게 1, 2일간 휴가를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휴가권이 확보되도록 검토하겠다"고 전향적 태도를 취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다주택자 투기 세력의 세부담은 강화하며 실수요자의 지원은 늘리고 부담은 줄여야 한다"며"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구입 지원 확대나 1주택을 보유한 고령·은퇴 계층의 과도한 세 부담 완화 등은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野 비판엔 "인격모독 말라"

김 후보자는 △자동차세·과태료 체납으로 인한 차량 32차례 압류 △행안부 장관 시절 재해 현장에서 기념촬영 △유년 시절 학교폭력 가해 논란 등에 대해서는 "부끄럽다" "사려 깊지 못했다" "사과드린다" 등을 연발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과도한 정치적 비판에는 적극 반박했다. 국민의힘 측이 "(행안부 장관 시절) 산불 현장에서 사진 찍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냐"고 거듭 추궁하자 "제가 언제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다고 했느냐. 그런 식으로 인격모독하지 말라"라며 발끈했다.

김 후보자는 사위와 딸이 투자한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가 ‘특혜성 맞춤편드’라는 의혹에 대해 "딸과 사위도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내일(7일) 인사청문회에 증인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정확하게 추궁해 달라"고도 했다. 7일 열리는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신청한 라임 펀드 관계자들이 출석해 '특혜'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용 기자
이에스더 인턴기자
최서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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