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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쇼크는 아빠보다 엄마 일자리 더 많이 뺏었다

입력
2021.05.06 16:30
수정
2021.05.06 16:4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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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실업률, 男보다 1.7%p 앞서
양육 부담 탓에 '엄마 고용' 타격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2일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시민이 일자리정보 게시판 앞으로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가 불러온 '일자리 충격'이 남성보다 자녀가 있는 여성에게 더 큰 피해를 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감염병 위기는 대면 서비스업처럼 보통 여성들이 많이 일하는 업종을 집중 타격했다. 재택 수업 확대로 여성들의 육아부담이 늘어난 것도 이들의 취업길을 막았다.

코로나 이후 여성 실업률, 남성 추월

6일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이 발표한 '코로나19와 여성고용'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지난 1년간 월별 여성 취업자 수는 많게는 5.4% 까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남성 취업자 수 감소폭(2.4%)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실업률 상승폭도 여성이 남성보다 1.7%포인트 높았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남성의 실업률이 여성보다 각각 1.7%포인트, 0.3%포인트씩 높았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에 대해 한은은 "남성 고용이 더 큰 충격을 받았던 과거 경기침체기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보통 경제위기 땐 건설업과 제조업 등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고 경기변화에 민감한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충격이 크게 나타나곤 했다. 대신 구직에 나서는 기혼 여성이 늘면서 여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 보건 등 업종에선 오히려 취업자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대면 서비스 산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여성들의 취업길도 막힌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취업자 비중은 건설업(9%), 운수·창고·통신(16%), 제조업(29%) 등에선 30%를 밑도는 반면, 보건·사회복지(81%), 교육(67%), 숙박음식(63%) 등 대면 접촉이 많은 일자리에선 60%가 넘는 상황이다.

감원 1순위는 "자녀 있는 기혼 여성"

특히 자녀가 있는 기혼 여성의 일자리 타격은 더 컸다.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학교와 어린이집 등의 문이 닫히면서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대부분 전가됐기 때문으로 한은은 봤다. 실제 지난 1년간(20. 2월~21. 3월) 30~45세 여성 취업자 수 감소에 기혼 여성이 기여한 비율은 95.4%에 달한 반면, 미혼 여성 기여율은 4.6%에 불과했다. 자녀가 있는 부부의 취업 상황을 보면 여성 취업·남성 미취업(4.1%)보다 남성 취업·여성 미취업(41.6%)의 경우가 훨씬 많았다.

자녀가 많을수록 고용률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코로나 기간 자녀가 1명인 여성의 고용률은 1.1%포인트 줄어든 반면, 3명 이상인 경우엔 2.1%포인트 감소했다. 또 초등학생 자녀(7~12세)를 둔 여성 고용률이 2.8%포인트 줄어, 6세 이하(-1.6%포인트)나 13~17세 자녀를 둔 여성(-0.8%포인트)보다 타격이 컸다.

여성의 경력단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적자본 손실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연구를 진행한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부부 맞돌봄 문화 확산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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