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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주는 면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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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 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숲길을 걸어 출퇴근 하는 시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구룡산’이라 불리는 뒷산이 있고 등산로를 따라 걸으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까지 연결돼 있어 가능하면 걸어서 출근하려 노력한다.
걷는 것, 특히 숲과 같은 자연을 교감하며 걷는 것은 만병통치는 아니지만 삶에 건강과 활력, 그리고 행복을 준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가라앉아 있을 때 숲을 걷고 나면 한결 가벼워진다. 숲은 우리의 감정과 무드를 긍정적으로 바꾸어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숲에서는 너나없이 모두 너그럽고 친절하다. 얼마 전 아주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도심을 걷고 난 사람들과 숲을 걷고 난 사람들을 대상으로 얼마나 이타심이 차이가 있는지를 조사하였다. 주운 지갑을 얼마나 돌려주는지를 가지고 조사했는데 숲을 걷고 난 사람들에게서 지갑을 돌려주는 횟수가 훨씬 높았다고 한다.
숲에서는 사람들의 마음이 열리면서 훨씬 창의적인 생각이 많이 나온다. 나 역시도 복잡한 일들이 얽혀 있을 때 숲을 걸으면 정리가 쉽게 되는 것을 경험한다. 미국에서 어느 기업이 임원회의를 숲속에 있는 장소에서 했더니 사무실에서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기사를 읽고 동감하였다. 베토벤이나 시벨리우스와 같은 많은 예술가들이 숲을 거닐며 얻은 영감으로 명작을 남겼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니체도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걷기로부터 나온다"라고 했고 루소도 "걸음을 멈추면 생각도 멈추게 된다"고 했을 것이다.
숲길을 걸을 때 건강해진다는 것은 이제 막연한 믿음이 아니다. 최근에야 여러 분야에서 과학적으로 연구가 보고되고 있지만 의학의 아버지라고 하는 히포크라테스도 "자연이 주는 치유력 또는 면역력이 의학의 기본"임을 말한 바 있다. 숲의 건강기능은 바로 우리의 면역력을 키워 질병을 예방하게 함은 물론이고 환자들의 질병을 치유하게 한다. 일본에서 발표된 숲과 면역력 관련 실험에 의하면 우리 몸의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자연살해(NK)세포가 2박 3일간의 산림욕에 의해 세포 수와 활성화가 증가된다고 보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산림욕 실험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이런 효과가 30일간 지속되었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서 살고 있고 수없이 많은 건강의 위협요인으로 가득 찬 환경에서 살고 있다. 환경오염은 물론이고, 소음, 인공적인 조명, 전자제품 사용 등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본래의 오감을 둔화시키고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시켜 질병에 노출시킨다. 숲은 우리를 환경오염으로부터 구해내고 도시생활에서 오는 무뎌진 감각을 되살려 건강을 되찾게 해 준다. 숲은 마치 위험이 가득한 전쟁터에서 대피소와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숲도 이제는 목재를 키우고 환경을 쾌적하게 하는 기능을 넘어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자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이 건강과 면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따라서 숲이 주는 건강효과를 활용하려는 시도가 앞으로는 더 중요한 숲의 기능이 될 것이다. 산림정책 역시도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어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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