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빌미로 김정남 암살 연습" 속았다는 베트남 여성

입력
2021.05.04 22:16
몰래카메라라고 속이고 암살 예행연습
항상 손에 액체 바른 뒤 사람 얼굴 감싸는 식 
암살 당일에도 유튜브 촬영이라 생각


2017년 2월 김정남 암살에 가담했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7년 김정남 암살에 이용됐던 두 여성 중 하나인 베트남 여성이 암살 비화를 공개했다. 유튜브 촬영을 한다고 접근한 한국인은 알고 보니 북한 공작원이었고, 몰래카메라 촬영을 빌미로 암살 예행연습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혐의로 수감됐던 베트남 여성 도안 티 흐엉은 4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공작원이 암살 전 몇 차례 예행연습을 시켰다”고 말했다. 흐엉은 인도네시아 여성 시티 아이샤와 함께 2017년 2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남을 신경작용제로 암살했다.

당시 공개된 폐쇄회로(CC)TV에는 흐엉과 아이샤가 김정남의 얼굴에 무언가를 바른 뒤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두 사람은 사건 직후 말레이 당국에 체포된 뒤 2019년에 석방됐다.

인터뷰에서 흐엉은 “암살 계획을 전혀 몰랐으며, 신분을 속인 북한 공작원에게 이용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 공작원은 2016년 12월 직장동료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건 2개월 전부터 암살을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다.

당시 공작원은 “유튜브를 촬영하는 한국인 ‘미스터 와이’”이라며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배우가 꿈이었던 흐엉은 몰래카메라를 촬영하자는 미스터 와이의 제안에 응했다. 이후 7, 8차례 공원에서 영상을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이는 김정남 암살을 준비하기 위한 철저한 예행연습이었다. 몰래카메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거나 당황하게 만드는 패턴은 늘 똑같았다. 또 항상 손에 베이비오일이나 오렌지 주스 등을 묻힌 뒤 사람의 얼굴을 감싸 문지르는 식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왜 손에 무언가를 발라야 하는지 의아했지만, 공작원은 손에 액체를 발라야 사람들이 더 깜짝 놀라 재미있는 영상이 나온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흐엉 역시 이후 큰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암살 당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흐엉은 공항에서 몰래카메라를 촬영한다고 생각했고, 공작원은 그날도 손에 액체를 발라줬다. 하지만 이날 손에 바른 건 오일이나 주스가 아니었다.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였다. 김정남은 공항 내 의무실 등을 전전하다 쿠알라룸푸르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후송 도중 사망했다.

직후 북한 공작원들은 제3국으로 도주했고, 영문도 모르고 있던 흐응과 아이샤는 말레이시아 당국에 체포돼 2년간 수감생활을 했다. 흐엉은 당시의 행동을 반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며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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