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부부 27년 만에 이혼, 자선사업 동료로 남는다

입력
2021.05.04 16: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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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부부로 함께 성장할 수 없다"
56조 규모 자선재단은 계속 공동 운영

2009년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빌(오른쪽)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 다보스=로이터 연합뉴스

2009년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빌(오른쪽)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 다보스=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 자선단체를 공동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빌 게이츠(65)와 부인 멀린다(56)가 이혼한다. 결혼 생활 27년 만이다. 부부로서의 연은 끝났지만 본인들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자선 재단은 계속 함께 이끌어 갈 계획이다.

빌과 멀린다는 3일(현지시간) 공동 명의 트윗을 통해 “관계를 지속하려는 많은 노력과 장고 끝에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이혼 소식을 알렸다. 이어 “우리 인생의 남은 단계에서 부부로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고 더는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게이츠 부부 측근을 인용한 일간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최근 여러 차례 이혼 위기를 겪었다. 빌이 지난해 MS와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에서 물러난 것도 가족과 좀 더 시간을 보내며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게이츠 부부는 1987년 MS 창업자와 멀티미디어 제품 개발 담당자로 사내에서 처음 만났다. 1994년 결혼한 후 3명의 자녀를 키웠다. 빌이 2000년 스티브 발머에게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넘겨 준 뒤 부부는 자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500억 달러(약 65조원)의 기부금을 종잣돈 삼아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운영하면서 질병ㆍ기아를 퇴치하고 교육 기회를 확대하는 데 힘썼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을 위해 17억5,000만 달러(1조9,600억원)를 쾌척하기도 했다.

게이츠 부부가 세계적 부호인 만큼 이들의 이혼은 재산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놓고도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의 보유 재산은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1,305억 달러(146조5,000억원) 수준이다. 갈라 선 뒤에도 재단 일은 함께 하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일각에선 재단 운영에 변화를 예상했다. 롭 라이히 미 스탠퍼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게이츠 부부의 이혼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선단체(게이츠 재단) 업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멀린다가 재산분할로 MS 지분을 일부 받을 경우 새 재단을 만드는 등 더 적극적으로 자선사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앞서 2019년 세계 최고 부자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25년 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한 메켄지 스콧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스콧은 재산분할로 360억달러(40조4,100억원)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손에 넣게 되자 지난해에만 6조원 넘게 기부하는 등 ‘통 큰 자선가’로 이름을 날렸다.

세간의 과도한 관심에 부부의 장녀 제니퍼(25)는 인스타그램에다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 되고 있다”며 “(사생활을 지키기 위해) 앞으로 (부모님의) 이혼과 관련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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