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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는 중립성·독립성 부족'...최재형 평가가 발목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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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최재형 감사원장이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김 후보자를 감사위원(차관급)으로 앉히려다 최 원장으로 인해 불발됐던 적이 있어서다. 최 원장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대한 감사가 한창일 때 김 후보자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문제 삼아 감사원행을 막아섰다.
당시 상황은 지난해 7, 8월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최 원장의 답변 기록에 상세히 남아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해 7월 29일. 이준호 전 감사위원이 떠난 자리가 4개월째 공석일 때였다. '최재형 원장이 김오수 전 차관을 감사위원으로 제청하라는 청와대 요구를 거부했다'는 언론 보도로 법사위가 달아올랐다. 법사위 회의록을 보자.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치 독립성, 중립성 얘기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최재형= 감사원의 핵심 가치입니다.
▷신동근= 원장님, 지금 이준호 감사위원 퇴임한 지 4개월 됐지요? 왜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둡니까? 이유를 말해 보십시오.
▷최재형= 인사에 관련된 내용을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자세히 말씀드리기가 좀 적절치 않다는 점을 혜량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동근= 언론에서 어떤 특정한 분(김오수)으로 거론이 되고 있는데, (최 원장이) '행정부 정책 편드는 사람이라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는데, 그 사람이 무슨 행정부 편을 어떻게 들었습니까?
▷최재형= 제가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습니다.
회의록에 '김오수'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 최 원장은 '김오수 전 차관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부인하지 않음으로써 '거부설'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김오수 후보자의 '성향'을 최 원장이 저격한 발언은 뒤이어 나왔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위원은 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고, 감사위원회는 재적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지금 감사위원 1명을 빨리 제청하시지 않는 이유가 혹시 월성1호기의 감사 관련해서 어떤 정치적인 고려를 하시는 건 아니신지 그게 의구심이 들고… (마이크 꺼짐)
▷최재형= 감사위원의 제청과 관련해서는 임명권자와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되는데, 그 부분에 관해서는 '정치적으로 중립적이고 직무상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분을 위원으로 제청하기 위해서 현재도 노력하고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최 원장은 감사위원의 필수 자질로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상 독립성'을 못 박아 김오수 후보자가 부적격이라는 속내를 강하게 내비쳤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가 열린 지난해 8월 24일. '최 원장이 판사 출신 인사를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는데, 다주택자라 검증에서 떨어졌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였다. 감사위원 인선을 두고 최 원장이 문 대통령과 여전히 '기싸움'을 벌이고 있었기에 보도 내용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 원장의 발언 강도는 더 셌다. '헌법'까지 들고 나왔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 지금 청와대에서 (감사위원으로) 요청하신 분(김오수)이 있지 않습니까? (…) 청와대 인사권을 존중해서라도 빠른 시일 안에 공석이 된 감사위원 제청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최재형= 여전히 임명권자와 협의하면서 '역량이 되시고 또 감사원의 정치적인 중립이나 독립성에 적합하신 분을 제청할 수 있도록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백혜련 의원= 감사원장이 추천한 분이 검증에서 떨어졌으면 인사권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제청을 해야 되는 게 마땅한 것 아닙니까? 감사원장이 인사권을 너무 제약하고 계신 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재형= 헌법상 감사원장의 제청에 의해서 감사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실 수 있도록 그렇게 되어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감사원장에게 감사원의 정치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헌법상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립니다.
최 원장이 '감사위원으로 김오수 전 차관을 제청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는 것이 '김 전 차관이 검찰총장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 정부 사정기구 수장으로부터 정치 편향성을 대놓고 의심받았다는 점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김오수 후보자의 흠결이 될 것이다. 청와대 표현대로 "공직자 후보에 최다 노미네이션됐던" 인물이 검찰총장을 맡는다는 건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호위무사' 또는 '방패막이'를 세우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민권익위원장 후보 등으로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4일 오전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김오수 후보자 인사발령안을 심의ㆍ의결했다. 청와대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필요한 서류를 받는 대로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낼 예정이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지만, 국회 임명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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