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단식의 대미는 헌금

입력
2021.05.05 19:00
25면

편집자주

'이슬람교' 하면 테러나 폭력, 차별을 떠올리지만 실은 평화와 공존의 종교입니다. 이주화 이맘(이슬람교 지도자)이 이슬람 경전과 문화를 친절하게 안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 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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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중순 시작한 이슬람의 라마단 단식이 막바지 며칠을 남겨 두고 있다. 이때쯤 무슬림들은 며칠 남지 않은 단식에 대한 아쉬움과 단식월이 끝나고 맞이하는 새 달의 첫째 날 있을 축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단식이 끝나고 맞이하는 이둘 피트르(Eid Al-Fitr, 파제절) 축제는 화합과 공존을 위한 장이다. 단식을 하면서 겪었던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훌훌 털어버리고 다 함께 축제를 즐긴다. 이날 거행되는 축제 예배에는 남녀노소, 지위고하, 빈부를 막론하고 다 함께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드리고 형제애를 나누며 공동체의 유대를 확인하는 화해와 화합의 시간이다. 이렇게 공동체가 하나된 모습으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단식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느꼈던 동질감과 나눔을 통한 고통의 분배, 그리고 신앙의 참맛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했던 단식의 힘일 것이다.

단식월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둘 피트르 축제는 이슬람을 이루는 네 번째 기둥인 헌금(Zak?t)의 실천으로 시작된다. 단식을 하면서 자신이 몸소 체험했던 배고픔의 고통은 아픔을 공유하는 기회가 된다. 그래서 무슬림은 단식월을 보내면서 여러 가지 형태의 자선을 하게 되고, 이슬람 공동체는 부자는 부자로서 그리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이슬람의 의무 헌금 제도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적 의미의 의무 헌금은 수입이 있는 모든 무슬림이 1년을 단위(Haul)로 자신의 수입을 정산하여 순수 저축금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부채가 있거나 가족을 부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은 부채상환과 가족부양의 의무가 우선된다. 또한 최소 저축금(Nisab)이 금(金) 85g(한화 약 500만 원)에 달하지 못한 경우에도 헌금의 의무가 면제된다.

이슬람의 헌금 규정은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누구를 막론하고 잉여 재산이 발생했을 때 의무로 부과된다. 헌금은 구빈세와 같은 세금으로 희사금이나 자선금의 의미까지 다 포함한다. 언어적으로 ‘자카트’는 정화, 증대 그리고 축복을 의미하며 헌금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마음이 정화되고 자신이 소유한 재산이 순수하고 깨끗해지며 이로 인하여 재산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증대됨을 스스로 알게 한다. 그래서 헌금의 의무가 잘 지켜지는 이슬람 사회는 부의 편중 현상을 막을 수 있고, 많이 가진 부자에게는 사회적 의무감을 갖게 하여 자신의 재산 중 일부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것임을 알게 하여 사회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의무 헌금에는 축제 헌금(Zak?t Al-Fitr)이 있다. 라마단 단식월이 끝나고 새 달(Sawal)을 맞이하는 첫째 날에 근행되는 축제 예배(Eid Al-Fitr)가 끝나기 전까지 모든 무슬림은 자신의 가족 수만큼 주변의 필요한 사람들에게 한 끼의 식사를 제공하도록 하는 헌금제도이다. 이는 축제의 기쁨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가진 사람이든 가지지 못한 사람이든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축제의 기쁨을 함께 공유하도록 가르치는 의무 헌금이다.

이와 같이 라마단 달의 단식과 의무헌금의 실천은 무슬림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새 출발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한 달간 쌓았던 고조된 신앙심은 자신감과 희망으로 벅차고 내일이 기대된다. 이것이 한 달간의 단식을 성공적으로 끝낸 무슬림의 참 모습이며 현세와 내세에서 하나님의 신앙을 확신하는 계기이다.

이주화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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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화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 이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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