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후폭풍’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퇴

입력
2021.05.04 10:36
수정
2021.05.0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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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 경영권 물려주지 않겠다”
이광범 대표, 홍진석 상무 이어 회장까지 사퇴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최근 자사 유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빚어진 논란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사태’에 책임을 지고 회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경영권 승계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당사의 불가리스와 관련된 논란으로 실망하시고 분노하셨을 모든 국민들과 현장에서 더욱 상처받고 어려운 날들을 보내고 계신 직원, 대리점주 및 낙농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유가공기업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아왔지만 제가 회사의 성장만을 바라보면서 달려오다 보니 구시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이 밖에도 국민 여러분을 실망케 했던 크고 작은 논란들에 대해 저의 소회를 밝히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홍 회장은 그간 빚어진 여러 논란에 대해 먼저 사과했다. 그는 “먼저 2013년 회사의 밀어내기 사건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저희 외조카 황하나 사건, 지난해 발생한 온라인 댓글 등 논란들이 생겼을 때 회장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서 사과드리고 필요한 조치를 취했어야 했는데 많이 부족했다”면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고자 저는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하며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이어 “최근 사태 수습을 하느라 이러한 결심을 하는 데까지 늦어진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갈 우리 직원들을 다시 한번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 회장은 그동안 외조카 황하나 마약 사건, 대리점 갑질 논란 등 남양유업 관련 각종 구설에도 공식석상에 직접 나서지는 않고 사과문만 발표했었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발표 당일 남양유업의 주가는 8% 이상 뛰었고 일부 편의점과 마트에선 불가리스 판매량이 급증했다.

그러나 해당 연구가 임상시험이나 동물시험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주가 부양을 노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질병관리청도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으로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와 홍 회장의 장남이자 기획마케팅총괄 본부장이었던 홍진석 상무가 줄줄이 물러났다.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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