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아이에게 놀이는 보상이 아니라 권리다

입력
2021.05.06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어제는 모든 아이들이 기다리는 어린이날이었다. 무슨 선물을 받았을까? 어디를 다녀왔을까? 쇼핑센터에 비싼 선물들이 즐비하고 각종 어린이날 행사가 열리고 놀이공원은 대목을 맞는다. 이날만큼은 부모들이 눈을 질끈 감고 지갑을 열고, 하루 종일 자녀를 위해 시간을 쓰고, 놀이공원에 가서 긴 줄도 대신 서주며 부모 역할을 하려 애쓴다. 그다음 날인 오늘의 모습은 어떨까?

한 연구에 따르면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놀이를 물으면 ‘누구’와 놀았는지를 얘기하고, 어머니들에게 물으면 함께 간 ‘장소’를 얘기한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놀이공원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 아빠와 재미있게 놀았다는 사실이다. 영국 어린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곳은 놀이공원이 아닌 우주의 ‘달’이었다고 하는데 그 창의력은 어디서 나왔으며 부모들은 달나라에 어떻게 가줬을까를 상상해본다. 일 년에 하루 어린이날의 ‘놀이’ 이벤트가 끝나면, 우리 아이들은 다시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가기 싫은 학원이라도 여기저기 다녀야 한다. 다시 아이들은 놀이에 목말라간다. 모두 알고 있듯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아이들의 공부시간은 길고 놀이시간은 짧고 주관적 행복감은 매우 낮다. 개리 랜드레스는 “새들은 날아다니고 물고기들은 헤엄을 치고 아이들은 놀이를 한다”고 말했다. 어른들은 놀이라는 아이들의 일상의 자연스런 본능을 억압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에게 놀이는 이벤트로 충족되거나 공부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져서는 안 되는 일상의 권리임을 잊지 말자.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는 ‘당사국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연령에 적합한 놀이와 오락활동에 참여하며, 문화생활과 예술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이 협약을 비준한 우리나라는 아동의 여가와 놀이권을 어떻게 보장하고 있을까?

영국은 2007년에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아동계획’을 통해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2008년까지 ‘놀이전략’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을 목표로 한 ‘놀이전략’에서 정부의 야망은 아이들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 밝혔다. 놀이는 아동과 부모들이 알고 있듯이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교육적 발달을 지원하는, 행복하고 건강한 아동기의 필수 요소라 하면서, 그 야망을 이룰 열쇠가 바로 놀이라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9년에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창의성과 사회성 계발을 위한 놀이혁신을 강조했다. 정부가 놀이혁신 행동 지침과 계획을 수립하고, 놀이공간을 확보하고 놀 권리를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영국이나 우리나라 계획에서 모두 강조되는 것의 하나가 바로 부모의 인식 개선이다. 부모들이 놀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으면 아이들에 대한 놀이권 보장은 먼 이야기가 될 것이다.

놀이는 우리 아이들의 인간다운 삶과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을 위한 권리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은 부모를 포함한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다. 아이들은 일 년 중 몇 번의 이벤트 같은 놀이보다 소소하더라도 365일 동안 이어지는 보호자들의 관심과, 함께 놀며 함께 쉬기를 기대할 것이다. 365일 어린이날이 되도록 국가의 혁신적 놀이정책도 기대해본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