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부는 녹색 바람… 총선 5개월 앞두고 녹색당 선두로

입력
2021.05.04 20:30
24%로 집권 기민·제1야당 사민 다 눌러
정권 16년 피로감에 기후변화 부상 '호재'


독일 녹색당이 총리 후보로 내세운 안나레나 배어복 녹색당 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베를린=AP 연합뉴스

독일 정치권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9월 치러질 연방의원 총선거를 5개월 앞두고 녹색당이 지지율 선두로 솟구치면서다. 과거 급진 정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어난 데다, 기독민주당(CDU)의 오랜 집권에 지친 시민들이 글로벌 이슈로 부상 중인 기후변화를 잘 다룰 정당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독일 폴리틱스연구소가 결과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이 지지율 24%로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집권 기민당ㆍ기독사회당(CSU) 연합이 24%로 녹색당과 비슷했고, 제1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지지율은 15%였다. 녹색당은 이달 1일 결과가 발표된 독일 일간 빌트암손탁의 여론조사에서도 27%로 1위에 올랐다. 녹색당이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건 1980년 창당 이후 처음이다. 득표율이 10.9%였던 2009년 총선을 빼면 매번 8~9%의 유권자만 녹색당을 찍어 왔다.

무엇보다 환경 문제만 생각하는 급진 이념 정당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게 가장 큰 지지율 상승 요인이라는 게 중론이다. 창당 당시 녹색당은 기존 정당에는 희망이 없다며 기성 정치 질서를 부정하고, 기민당과 사민당의 모든 정책을 반대했다. 하지만 현재 독일의 16개 주(州)의회 중 11곳에서 기민당이나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다. 더이상 반대만 하는 정당이 아닌 셈이다. 게다가 최근 기후변화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르며 사민당 표심까지 가져왔다.

여기에 기민당 피로감이 포개졌다. 기민당은 16년 동안 집권했고 집권기 내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당을 이끌었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을 끝으로 은퇴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3월 불거진 ‘마스크 스캔들’이 결정적이었다. 보건부가 옌스 슈판 장관 배우자 회사로부터 마스크를 납품 받았는데 이로 인해 특혜 의혹과 함께 부패 이미지가 강해졌다.

녹색당이 총선까지 이런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논의가 경제로 옮겨가면 기민당이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창당 40년 만에 녹색당이 지명한 젊은 총리 후보 40세 여성 안나레나 배어복 공동대표의 화제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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