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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가장 적은 추천표에도… '文정부 마지막 검찰총장' 낙점 배경은

입력
2021.05.03 19:16
수정
2021.05.04 07:1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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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의 원만한 관계에 높은 점수 받은 듯
'리더십 부족' 지적은 큰 변수로 작용 못해
정권 임기 말·대선 정국 관리 적임자로 평가
윤석열의 3기수 선배... 이례적인 '기수 역전'
문재인정부 검찰총장 3명 모두 '특수통' 출신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반전(反轉)은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윤석열(61ㆍ사법연수원 23기) 전 검찰총장의 후임으로 호남 출신인 김오수(58ㆍ20기)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했다. 윤 전 총장이 지난달 4일 중도 사퇴한 지 60일 만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기 2년의 검찰총장으로 정식 임명되면, 그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으로서 문 대통령의 재임 막판 1년과 차기 대통령의 첫 1년을 함께 하게 된다. 정권 말 각종 혼란을 수습하는 한편, 다가올 차기 대선 관리에 있어 정부와 순조롭게 호흡할 수 있는 적임자로 김 후보자가 눈도장을 받았다는 평가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어렵고 힘든 시기에 총장 후보자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소감을 피력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받고, 새 검찰총장 후보로 김오수 전 차관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과학수사부장 등 요직을 거친 ‘특별수사통 검사’로 분류된다. 이로써 검찰의 ‘직접 수사(특별수사)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을 추진해 왔던 문재인 정부는 문무일ㆍ윤석열 전 총장에 이어, 세 번째 검찰총장도 ‘특수통 출신’을 발탁하는 아이러니를 보여 준 셈이 됐다.

김 후보자가 최종 낙점을 받은 데에는 2018년 6월부터 법무부 차관으로 22개월간 재임하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게 크게 작용했다. 박 장관과 손발을 맞춰 검찰개혁을 완수할 ‘최적임자’로 지목됐다는 뜻이다. 전남 영광 출신인 그가 검찰총장에 지명되면서 ‘4대 권력기관’의 수장이 영남 출신(국세청장, 경찰청장)과 호남 출신(국가정보원장, 검찰총장), 각각 2명씩 균형을 맞춘 사실도 눈에 띈다.

사실 김 후보자는 지난달 29일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다른 3명과 함께 추천을 받으면서 ‘명실상부 1순위’로 거론됐다. 당초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추천위 단계에서 일찌감치 탈락하자, 그가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추천위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조 차장검사였고, 김 후보자는 오히려 최소 득표를 했음에도 법조계의 전망은 ‘김오수 유력’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김 후보자는 ‘현 정권과의 우호적인 관계’로 오랫동안 주목을 받아 왔다. 박상기ㆍ조국ㆍ추미애 등 현 정부가 임명한 법무부 장관 3명과 잇따라 호흡을 맞추면서도 ‘모나지 않은 참모’로서의 역할에 충실, 여권에서 높은 점수를 따냈다. 2019년 조국 전 장관 사퇴로 ‘장관 권한대행’을 맡으면서는 ‘검찰개혁 추진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박범계 장관이 검찰총장 요건으로 언급한 “대통령 국정철학과의 상관성”에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게 검찰 안팎의 평가였다.

청와대 역시 이날 “적극적 소통으로 검찰조직을 안정화하는 한편, 국민이 바라는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검찰개혁의 시대적 소명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정부와의 소통력’이 김 후보자 선택에 중요한 이유였음을 시사했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현 정부 들어 금융감독원장 등 고위급 인사가 있을 때마다 김 후보자의 이름은 언급이 됐다”며 “그만큼 여권의 신망이 두터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예상됐던 ‘리더십’ 부분은 문 대통령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법무부 차관 재직 당시 ‘윤석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그는 “총장 지휘를 안 받는 독립수사팀을 꾸리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가 검찰 반발을 자초하는 등 검찰 내부에선 ‘리더십 부족’ 지적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는 것이지, 검찰 내부에서 강하게 반발을 살 정도는 아니다”(검찰 출신 변호사)라는 평가도 있듯, 청와대는 ‘검찰총장으로서의 결격 사유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서면 조사를 받은 사실 역시 마이너스 요인으로 꼽혔지만, 결과를 뒤바꿀 정도의 변수는 되지 못했다.

이번 김 후보자 지명으로 ‘기수 역전’ 상황이 발생한 것도 주목된다. 사법연수원 20기인 김 후보자는 전임 윤석열(23기) 전 총장의 세 기수 선배다. 검찰총장 임명 역사상 이처럼 기수를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근무 경험이 있는 한 법조계 인사는 “총장의 기수 문제는 검찰의 인적 쇄신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며 “선배인 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당시 반발했던 23. 24기 고검장이나 검사장 인사에도 당장 큰 변화를 주기 어렵게 됐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무일(18기) 전 총장에서 윤 전 총장으로 간 게 파격적 인선이었다. 기수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겸허한 마음으로 인사청문회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대검찰청은 이날 곧바로 조종태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단장으로 한 검찰총장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렸다.

남상욱 기자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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