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 “미중 신냉전, 미소냉전보다 더 위험… 아마겟돈 우려”

입력
2021.05.03 12:00
수정
2021.05.0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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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군비 국한된 과거 달리 첨단기술 더해져
인류 "70년 전만 해도 상상 못할 위력 가져"

헨리 키신저(왼쪽) 전 미 국무장관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국가안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자료사진

헨리 키신저(왼쪽) 전 미 국무장관이 2018년 1월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국가안보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AP 자료사진

1970년대 미중 수교의 주역으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97) 전 미국 국무장관이 현재 양국간 ‘신(新)냉전’이 과거 미국ㆍ소련 냉전 때보다 인류에 훨씬 큰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과거 미소 경쟁은 단순히 핵 군비 측면에 치중됐지만, 지금은 핵 무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분야까지 더해지면서 미중 긴장이 극에 달할 경우 ‘인류 최후의 전쟁(아마겟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 애리조나주립대 산하 매케인 국제리더십 연구소가 주관한 세도나 포럼에서 “현재 미중 사이의 긴장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가장 큰 문젯거리”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유한한 기간에 스스로 말살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게 됐다. 70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위력을 손에 넣은 것”이라며 신냉전이 과거 냉전 시대보다 인류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미소 냉전 때 개발된 핵무기도 전 세계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 위력적이었는데 그 사이 기술이 더 발전했기 때문이다.

또 옛 소련과 달리 현재의 중국이 군사 강국이면서 경제 대국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전쟁이 일어날 경우 인류 전체가 사라질 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 문제에 AI 등 첨단기술 이슈까지 더해졌다”며 두 군사ㆍ기술 대국의 갈등은 아마겟돈 같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1971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자격으로 중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8년 뒤인 1979년 미중 수교의 초석을 놓은 주인공이다. 이데올로기적 편견에서 벗어나 세계 균형의 관점에서 협상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는 외교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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