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에루샤' 사려 줄 서지 마세요" 전세계 최저가 찾아주는 트렌비

입력
2021.05.04 06:00
유명 게임개발자 출신 박경훈 대표, 英 유학시절 창업
이종현 부대표 “해외 6곳에 지사 두고 직접 배송”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로 통칭되는 명품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호황을 누린다. 명품들은 ‘MZ세대’로 대표되는 20, 30대들에게 자신감의 상징이자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 판매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덩달아 명품을 다루는 신생기업(스타트업)들도 여럿 등장했는데 그중에서 트렌비는 독특한 서비스로 인기를 끄는 명품 쇼핑몰이다. 2017년 영국에서 설립된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가격의 명품을 찾아서 보여준다. 그것도 중고제품이 아닌 정식 매장에서 판매하는 신품들이다.

이를 위해 트렌비는 전 세계 6군데 지사를 운영하며 직접 해외에서 제품 공수까지 하고 있다.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조금이라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으니 이용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덕분에 트렌비는 매달 거래액이 평균 180억 원으로 온라인 명품판매업체 중 1위다. 월 이용자도 2017년 32만 명에서 지난해 455만 명으로 14배 급증했다. 서울 서초대로의 트렌비 사무실에서 유명 게임 개발자였던 박경훈(38) 대표와 세계적 경영컨설팅 업체 출신 이종현(36) 부대표를 만나 스타트업 중에 명품이 된 비결을 들어 봤다.

트렌비의 박경훈(왼쪽) 대표와 이종현 부대표가 판매하는 명품 가방들을 살펴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최근 명품을 전문으로 다루는 쇼핑몰이 많이 늘었다. 그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박 대표: “전 세계 명품을 해외에서 직접 구입해 국내에 판매한다. 이를 위해 영국 독일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 해외 6군데에 지사를 운영한다. 다른 업체들은 주로 명품판매업자들이 입점해 팔도록 자리를 제공하는 오픈마켓이거나 기존 쇼핑몰에 매장으로 입점해 판매한다.”

이 부대표: “현재 판매 중인 명품들의 국내 최저가가 아닌 전 세계 최저가를 찾아서 알려준다. 전 세계 명품판매업체들이 다양한 행사를 하다 보니 같은 명품이어도 가격들이 모두 다르고 수시로 변한다. ‘세일 스캐너’ 기능을 통해 매일 전 세계 주요 브랜드의 할인 정보를 모두 찾아낸다.”

-전 세계 최저가를 어떻게 찾나.

박: “자체 개발한 ‘트렌봇’이라는 인공지능(AI) 검색로봇이 전 세계 명품 판매 사이트를 모두 훑는다. 트렌봇이 검색하는 명품 판매 사이트는 하루 평균 300개가 넘는다. 이렇게 찾아낸 최저 가격을 표시해서 알려준다.”

이: “표시 가격은 관세, 부가세와 배송비를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환율까지 반영해서 원화로 표시한다. 일부 업체들은 관세, 부가세, 배송비를 뺀 제품 가격만 올리기도 한다.”

-AI 검색기 트렌봇은 어떻게 움직이나.

박: “트렌봇은 매일 수백개 명품판매 사이트들을 하루 2~6회씩 주기적으로 방문해 가격 정보를 수집해서 저장해 놓았다가 이용자가 검색하면 바로 보여준다. 트렌봇은 브랜드별 사이트의 갱신 주기를 파악하고 여기 맞춰 움직인다. 표시 가격이 12시간 이상 경과하지 않도록 유지한다. 이를 위해 아마존웹서비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트렌봇이 맹렬하게 움직이면 서버가 100대까지 켜지기도 한다.”

트렌비의 박경훈(왼쪽) 대표와 이종현 부대표는 다른 쇼핑몰과 구별되는 장점으로 자체 운영하는 정품 검수팀과 해외 6개 지사에서 직접 배송하는 방식을 꼽았다. 배우한 기자

-제품 배송은 어떻게 하나.

이: “국내에 재고가 있으면 주문 당일 배송한다. 해외지사에서 배송하면 평균 7~10일 걸린다. 사전에 도착 일자를 미리 알려주는데 배송 적중률이 95%다. 이 기능을 도입하고 나서 배송 만족도가 증가했다.”

-최저가 명품이 해외 매장에 있으면 배송비가 많이 들 텐데.

박: “해외 지점에서 물류센터를 같이 운영한다. 자체 물류센터여서 다른 배송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운임이 3분의 1 정도 싸다. 그만큼 이용자에게 가격 혜택으로 돌아간다. 특히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뒤 명품 배송에 관세가 붙는데 우리는 해외지사를 통해 관세가 붙지 않는 지역에서 제품을 배송한다.”

이: “해외 명품판매업체 중에는 한국에 배송을 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곳들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우리가 대신 배송해 준다.”

-취급하는 명품 종류는 얼마나 되나.

박: “구찌,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 에르메스, 몽클레어, 막스마라, 산드로 등 이름을 대면 알 만한 명품들을 포함해 5,000여 브랜드다. 상품 숫자만 180만 개다.”

-이용 방법은 어떻게 되나.

이: “스마트폰에 소프트웨어(앱)를 설치한 뒤 회원 가입을 하면 된다. 원하는 상품을 검색해도 되고 추천 상품을 보고 구입해도 된다.”

박: “우리의 장점은 뛰어난 검색에 있다. 특히 필터 기능이 잘 돼 있어서 가격대별로 찾을 수 있고 할인제품만 골라낼 수도 있다. 또 중고제품도 파는데 이들만 따로 검색할 수도 있다. 샤넬, 에르메스는 신품이 많지 않아서 중고제품도 비싸게 거래된다. 결국 필터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명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명품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품을 어떻게 보증하나.

박: “많은 이용자들이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명품 중에 가짜를 걱정한다. 실제로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짜 제품을 판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가짜 제품이 나올 수 없는 구조다. 영국 헤롯백화점, 미국 메이시즈와 블루밍데일스 등 유명 백화점들을 포함해 300여 온라인 명품판매업체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이 취급하는 정품을 판매한다. 그래서 이들의 할인행사 정보 등을 적극 활용한다.”

이: “타사들에 없는 자체 감정팀을 운영한다. 30명의 감정사들이 국내와 해외지사에서 일하며 제품 출고 전에 정품 감정을 한다. 감정사들은 모두 중고 명품판매업체들에서 3~5년 정품 감정을 했거나 관련 교육을 받았다. 오픈마켓들은 판매자가 바로 제품을 배송하니 정품 감정을 할 수 없다.”

-만약 판매 제품 중에 가짜가 나오면 어떻게 하나.

박: “지금까지 내부 감정을 거친 제품 중에 가짜가 나온 적은 없다. 만약 판매 제품이 가짜면 가격의 200%를 보상해 준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뜻이다.”

트렌비의 박경훈(왼쪽) 대표는 영국 런던에서 유학할 때 사업을 구상해 창업했다. 이후 이종현 부대표를 영입해 해외 지사를 운영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배우한 기자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영향이 없나.

이: “명품은 소비자의 선택권이 없는 특이한 시장이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재고가 소비자를 선택한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이유다. 그래서 몇 개월이 지나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중고가격이 구입 가격보다 더 비싼 기현상이 벌어진다.”

박: “전 세계 명품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더 성장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해외 여행을 가지 못하니 명품 구입으로 대신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은 18.4% 성장했고 국내만 해도 관련 시장이 11% 성장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는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젊은 층이 가세하며 명품의 유행 경향이 달라졌나.

이: “최근 젊은 층들이 명품 구입에 나서면서 신발 판매가 부쩍 늘었다. 과거 가방 위주로 이뤄졌던 명품 판매가 구두와 장신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 바람에 발렌시아가, 스톤아일랜드, 메종 마르지엘라 등이 인기 명품으로 떴다. 젊은 층들은 돈을 모아서 한 달에 한 번 비싼 명품을 사려고 한다. 그래서 요즘 구찌가 젊은 층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 “코로나19가 명품의 판매 문화를 확 바꿨다. 명품은 더 이상 백화점에서 길게 줄 서야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앞으로 명품의 온라인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젊은 층뿐 아니라 50대 이상 중년들도 트렌비 이용 방법을 많이 묻는다. 지난해 45~54세 이용자가 전년 대비 368% 증가했다.”

-박 대표는 원래 유명 게임 개발자였다. 대학을 포기하고 게임 개발자가 됐다던데.

박: “고교 시절에 수능시험을 보고 나서 컴퓨터 학원을 다니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자동 사냥하는 프로그램과 네이버 한게임의 레벨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프로그램을 재미 삼아 만들어 팔았는데 돈을 곧잘 벌며 꽤 인정받았다. 게임업계에 소문이 나서 2002년 입사 제의를 받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게임개발사 시노조익에 들어갔다. 이후 2009년까지 넷마블, 줌테크 등을 다녔다.”

-그러다가 갑자기 영국에 유학을 갔다.

박: “개발자로 일하며 10여 권의 프로그래밍 책을 쓰고 2005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MVP상을 최연소 수상하며 능력을 보였지만 대학을 나오면 좀 더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2010년 27세 때 유학을 결심했다. 나이 먹고 대학 가는데 이왕이면 유학을 다녀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코리아디지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원에 진학해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을 전공했다. 영국을 선택한 것은 미국보다 학비가 적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에게 조언한다면 대학 졸업장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권하고 싶다.”

-창업은 어떻게 했나.

박: “유학 가기 전에 캠든소프트를 창업했다. 코딩을 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 회사였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우리 도구를 이용해 사이트를 개발했다. 이때 경험을 살려 대학원을 다니며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 아이템을 찾다가 전 세계 상품의 가격표를 모두 수집해 제일 싼 것을 표시해주는 사업을 구상했고 이를 위해 AI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이 트렌비 창업의 모태가 됐다.”

-이 부대표는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을 다니다가 합류했다.

이: “대학에서 화학공학과 금융공학을 전공하고 베인앤컴퍼니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6년간 근무하며 여러 산업군을 분석했는데 유통과 소비재 쪽이 재미 있었다. 그래서 유통 스타트업 매쉬코리아를 거쳐 지난해 1월 박 대표의 제의를 받아 트렌비로 옮겼다. 현재 운영 업무 전반과 해외지사를 총괄한다.”

-해외에도 진출할 계획인가.

박: “물론이다. 상반기 중에 일본어 앱을 내놓고 일본 사업을 본격 진행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영어 앱을 내놓고 미국과 동남아에서도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이: “비싼 명품을 온라인에서 가장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고 싶다. 장기적으로 패션 외에 디지털 기기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서 거래액이 조 단위인 무신사처럼 명품계의 무신사가 되고 싶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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