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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은 생태계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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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1년간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은 얼마나 될까. 유럽 플라스틱·고무 생산자 협회인 유로맵(EUROMAP)이 2017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132.7㎏으로, 세계 3번째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지난해와 올해는 포장용기 대량 소비 등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폐기다. 재활용되는 폐플라스틱은 30~40%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일부는 바다에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 특히 바다에 폐기되는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다. 플라스틱이 땅에서 썩는 기간은 대략 500년 정도고 태우면 독성물질이 나온다.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낼수록 폐플라스틱 처리 고민은 점점 더 쌓여가는 셈이다.
물론 속수무책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해법이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말 그대로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에 의해 물과 이산화탄소 또는 메탄으로 완전히 분해되는 플라스틱이라는 뜻이다. 물론 현재 기술로는 100% 분해가 어렵지만 기술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 수요도 점차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등에 따르면 생분해 소재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2,000억 원에서 오는 2025년 9조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지난해 말부터 일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더욱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플라스틱 시장은 재편을 시작했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전체 페트병의 50%를 친환경 원료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나이키도 친환경 재생 소재로 만든 운동화를 최근 출시했다. 나아가 유럽연합(EU)은 올해 1월 1일부터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1㎏당 0.8유로(약 1,080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내년부터 얇은 플라스틱 봉투 사용을 금지할 예정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는 바이오매스(생물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발효과정을 통해서 산업용으로 활용이 용이한 고분자 단량체(천연고분자화합물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의 화합물)를 중합해서 만들어낸다. PLA(Polylactic Acid)를 비롯해 PHA(Polyhydroxyalkanoate)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석유화학 유래물질을 이용해 생산하는 것으로 PBAT(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등이 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통상 네 단계로 분해된다. 우선 빛이나 열에 노출되고 플라스틱 표면에 미생물이 침투하면서 플라스틱이 잘게 부숴지는 '열화'가 이뤄진다. 이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하며 플라스틱 결합사슬을 끊는 '생물 절단'이 진행되며, 고분자에서 저분자가 된 플라스틱을 미생물이 흡수해 소화시키는 '동화작용'이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미생물이 산소, 이산화탄소, 질소, 물 등을 배출하는 '광화작용'으로 분해가 완료된다.
대표적인 생분해 플라스틱은 PLA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전분을 발효시켜 젖산을 만들고, 이를 중합(결합)해서 제조한다. 퇴비 조건에서 약 6개월 안에 생분해가 가능하고 유해성분도 나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스타벅스의 바나나와 베이커리 제품의 포장재 등에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개발되고 있는 소재다.
아직은 한계도 있다. PLA가 생분해되기 위해서는 퇴비화가 필수적인데, 국내에는 전문 퇴비시설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탓에 현재 PLA는 일반쓰레기로 분류돼 종량제 봉투에 담겨 매립된다. PLA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서 미세플라스틱을 양산한다는 부작용이 생긴다. 잘 깨지는 것도 단점이다.
최근 PLA 진화의 초점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2008년 세계 최초로 PLA 필름 포장재를 개발해 상용화한 SKC는 수분차단성과 유연성, 열접착성 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2019년에는 글로벌 플라스틱쓰레기제거연합(AEPW)에 가입해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및 자원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SKC는 채소 및 마스크 포장재, 종이쇼핑백 등으로 PLA 필름의 외연을 확대 중이다.
SKC는 석유화학 유래물질인 PBAT도 생산한다. PLA와 마찬가지로 퇴비 조건에서 6개월 내에 생분해가 된다. 기존 PBAT는 잘 찢어지거나 쉽게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는데, SKC는 이러한 점을 극복할 수 있는 고강도 PBAT 기술을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아 대량생산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PHA도 최근 각광받는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식재료를 먹는 미생물 집합체(균주)를 발효시켜 얻는다. PHA는 미생물이 있는 환경이라면 어디서든 분해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바닷속에서도 짧게는 반 년, 길게는 수 년 정도면 완전히 분해가 된다. 현재 빨대와 컵, 비닐봉투 등에 사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독보적 수준의 PHA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PHA 대량 생산이 가능한 기업은 CJ제일제당과 미국의 대니머 사이언티픽, 일본의 카네카 세 곳뿐이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지난달 세계 최초로 식품 포장재에도 PHA를 도입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인도네시아에 5,000톤 규모의 PHA 전용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일부 제품 포장재를 PHA 소재로 교체할 계획이다.
신소재도 속속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0월 합성수지와 동등한 기계적 물성 구현이 가능한 생분해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포도당과 폐글리세롤을 활용한 바이오 함량 100% 소재로, 플라스틱 소재나 첨가제를 섞지 않아도 합성수지 수준의 유연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LG화학의 설명이다. 특히 핵심 요소인 유연성은 기존 생분해 제품 대비 최대 20배 이상 개선됐다. LG화학은 2025년 신소재 양산을 목표로 잡았다.
기술 개발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생분해 플라스틱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완전 분해까지는 갈 길이 멀 뿐 아니라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내구성도 높지 않다. 생분해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옥수수와 사탕수수를 대량 재배하는 과정에서 화학비료와 살충제가 사용돼 환경오염이 오히려 심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도 생분해 플라스틱이 지금은 최선의 대안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한다. 미래에 어떤 게 나올지 몰라도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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