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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걸리자 "애인이다" 변명… 코로나에 '변종 유흥업소' 성행

입력
2021.05.02 11:44
수정
2021.05.02 16:4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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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청 지난달 30일 일제 단속실시
관내 31개 경찰서, 지자체 등과 합동단속
주점 룸 아닌 호텔 객실에서 여성들과 술
28개 업소 적발… 업주·손님 등 210명 입건

지난달 30일 변종 유흥주점으로 알려진 수원시 인계동의 한 호텔 객실에 4명이 술을 마신 흔적이 남아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촬영 동영상 캡처

지난달 30일 변종 유흥주점으로 알려진 수원시 인계동의 한 호텔 객실에 4명이 술을 마신 흔적이 남아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촬영 동영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역 수칙을 위반해 몰래 영업하던 유흥업소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 업소는 온라인을 통해 은밀히 예약한 손님만 받거나 주점 대신 호텔 방을 접객 장소로 빌리는 등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수법을 동원했다.

주점 아닌 숙박업소 객실서 영업

경찰이 촬영해 2일 언론에 제공한 단속 현장 영상에는 업소들의 불법 행위가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30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 A호텔 지하 B노래주점. 경찰이 굳게 닫힌 출입문을 강제로 열려 하자 안쪽에서 남성 한 명이 문을 열었다.

경찰이 “경찰입니다. 실례합니다. (방역수칙 위반 여부) 단속 나왔습니다”라고 말한 뒤 실내를 둘러봤지만 텅 비어 있었다. 경찰은 문을 열어 준 남성을 추궁, 손님들이 노래주점 아닌 호텔 객실에서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종의 ‘변종 유흥주점’인 셈이다. 변종 유흥주점은 일반적인 주점 내 룸이 아닌 호텔이나 모텔 객실을 룸으로 사용하는 신종 수법이다.

경찰은 “주점을 보니 기본적으로 세팅돼 있는데 단속이 뜬다고 하니 모두 비운 것 같다”며 “메인은 307호”라고 말하며 3층으로 향했다. 307호 문이 열리자 주점 종업원으로 보이는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있었다. 이 중 남성 C씨가 급히 무언가를 주머니에 넣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남성 C씨로부터 빼앗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당일 수익금과 손님이 예약한 방 호수가 적혔다.

경찰은 손님이 묵고 있는 방을 급습했더니 테이블에는 양주병과 과일 안주, 얼음통, 생수 등이 놓였으며 네 명이 술 먹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여성은 경찰의 추궁에 “아는 오빠가 돈을 벌 수 있으니 가 보라고 해서 왔을 뿐"이라며 “네 명이 술을 마셨고 한 명은 잠을 자기에 나가려고 했다”고 시인했다.

또 다른 방도 상황은 마찬가지. 경찰은 "네 명이 먹다 남은 술과 안주가 식탁 위에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남성은 이미 술에 취해 침대에서 자고 있었으며, 여성은 '애인 관계'라며 혐의를 부인하다 결국 유흥접객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술자리를 제공한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도 너무 힘들다”며 “방에서 술만 먹는다는데 어떻게 막나. 인원 제한만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술자리 제공을 시인했다. 경찰은 이 호텔 3~5층에서 술을 마시던 유흥접객원과 손님 등 10명을 식품위생법 및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입건했다.

비슷한 시간 경기 안산시 고잔동 유흥밀집 지역 D주점. 집합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로비는 물론 각 방에는 조명히 훤하게 켜 있었다. 또 방에는 유흥접객원으로 보이는 여성과 남성이 네 명씩 앉아 버젓이 술을 먹고 있었다. 경찰의 단속이 시작되자 여성 일부는 화장실로 도망가거나, 룸을 몰래 빠져나가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경찰조사 결과 D주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예약 손님만 받았고, 업소 입구에서 업주가 신분을 확인한 후 비상계단을 통해 손님을 들여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손님으로 가장해 업소 내부에 들어가 불법 영업 사실을 확인하고 업주와 접객원, 손님 등 33명을 입건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0분쯤 경기 안산시 한 유흥주점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영업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주점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된 남녀 네 명이 술을 먹다 촬영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촬영 동영상 캡처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0분쯤 경기 안산시 한 유흥주점이 방역수칙을 위반한 채 영업을 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주점 내에서 술을 마시다 적발된 남녀 네 명이 술을 먹다 촬영되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촬영 동영상 캡처


하루에 28개 업소 불법영업 적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도 경찰청 생활질서계와 지역 내 31개 경찰서, 지자체 사법경찰관 등과 함께 경기남부권역에 있는 유흥업소 등 5개 업종에 내려진 집합금지 명령 위반 여부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였다. 일부 업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등에 ‘예약 손님만 받는다’ ‘여성과 함께 술자리 제공’ 등의 내용으로 호객해 비밀리에 영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현장 답사를 통해 실제 영업 사실을 확인한 데 따른 조치다.

경찰은 이날 일제 단속을 통해 유흥업소 11개소, 노래연습장 14개소, 무허가 유흥업소 3곳 등 28개소를 적발했다. 이 중 감염병예방법 위반은 모두 17곳(집합금지 14곳, 전자출입명부 미작성 1곳, 오후 10시 이후 영업 제한 2곳)이며, 나머지 11개소는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혐의다. 또 업주 28명과 종업원 73명, 손님 109명 등 210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적발된 업소들을 방역수칙 위반으로 지자체에 통보할 예정이다. 감염병예방법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어기고 적발된 업소에 대해서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경찰은 “이번 단속에 적발된 업소와 관계자, 손님 등에 대해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혐의를 파악, 적용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도 경찰청과 31개 경찰서에서 가용할 수 있는 치안력을 총동원해 불법영업이 근절될 때까지 단속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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