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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사건 35년… 회한 가득 두 형사는 재조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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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미국 아칸소주의 한적한 마을 웨스트 핑거에서 아동 실종사건이 발생한다. 초등학생 남매가 친구 집에 놀러 간다며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돌아오지 않는다. 웨인 헤이스(마허샬라 알리)와 롤랜드 웨스트(스티븐 도프) 형사가 사건을 맡는다. 부모를 수사하나 딱히 의심할 점은 없다. 아빠는 공장으로 출근하고, 엄마는 바에서 일한다. 각방을 쓸 정도로 부부 사이가 벌어져 있다는 점을 빼면 딱히 문제 가정도 아니다.
헤이스는 특유의 감각으로 수색을 하다가 오빠의 시체를 발견한다. 주변에는 나무로 만든 성모상이 있고, 시체는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신병력이 있는 연쇄살인범이 사건을 저지른 듯 보인다. 오빠의 시체를 발견했지만 여동생 줄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을은 공포에 휩싸이고 어른들은 고물을 주어다 파는 아메리칸 원주민 브렛 우다드를 의심한다.
헤이스와 웨스트는 탐문 수사를 지속하나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한쪽 눈의 검은자위가 없는 어느 흑인이 성모상을 대량으로 사갔다는 것을 알고 뒤를 쫓으나 행방을 알 수 없다. 헤이스는 남매가 다니던 학교 교사 아멜리아(카르멘 에조고)에게 정보를 얻으려고 다가갔다가 연심을 품는다. 작가가 꿈인 아멜리아는 수사 진척 사항이 궁금하면서도 헤이스가 마음에 든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싹 튼다.
수사가 제자리이니 작은 마을의 공포는 가시지 않는다. 몇몇 백인 남성들이 우다드를 집단 구타한 후 경고한다. 애들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고. 베트남전에 참전까지 한 우다드는 자신을 지킬 방법을 찾는다. 마을에선 예기치 않던 큰 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남매 실종사건의 용의자로 여겨진다. 수사는 서둘러 종료되지만, 헤이스는 받아들일 수 없다. 상부에 반발하다가 공보부로 좌천된다.
1990년 죽은 줄 알았던 줄리가 나타난다. 한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다 지문을 남겼고, 폐쇄회로(CC)TV에 모습이 짧게 찍혔다. 줄리는 살해된 것으로 결론 내렸던 10년 전 수사는 잘못된 것으로 규정된다. 재수사가 시작된다. 그 사이 승진한 웨스트가 수사팀장을 맡는다. 웨스트는 헤이스를 팀에 포함시킨다. 그의 수사 감각을 믿는 데다 옛 동료에게 형사로서 기회를 다시 주기 위해서다. 수사는 진척을 보인다. 줄리의 엄마는 약물 중독으로 숨졌는데, 수상쩍다. 줄리의 가족과 함께 살았던 줄리 외삼촌의 행적 역시 이상하다. 두 사람의 과거를 쫓으면서 수사망이 좁혀진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건이 또 다시 수사를 막는다. 웨스트는 의문이 남지만 상부의 지시를 따른다. 헤이스는 반발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다시 사건을 덮는다. 회한만 남는다. 헤이스는 아내 아멜리아가 쓴 책조차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시간은 흘러 2015년 헤이스는 미제사건을 취재하는 방송사 프로듀서와 인터뷰를 한다. 사건의 의문점이 되살아난다.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과거에 대한 회한 역시 반복된다. 늙은 몸을 이끌고 조사를 다시 시작하려 하나 난관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간혹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오래 연락을 끊은 웨스트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그 또한 회한 속에 살고 있다. 둘은 의기투합해 35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사건을 재조사하려 한다.
드라마는 남매 실종 사건을 통해 미국의 정신적 환부를 헤집는다. 헤이스와 웨스트는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다. 둘은 전쟁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둘이 백인과 흑인이면서도 동료애가 남다른 이유 중 하나다. 헤이스와 웨스트는 전쟁이 남긴 상처와 미제사건에 대한 후회로 마음이 황폐해진다. 둘은 관료제에 의해 번번히 수사가 막힌다.
인종문제도 들춘다. 헤이스는 흑인 형사이기에 받는 부당한 처우에 분노한다. 수사를 위해 만난 백인들은 ‘검둥이’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검둥이’ 대신 ‘흑인’이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성당 사제 한 명뿐이다. 헤이스는 상부가 흑인인 자신의 의견은 경청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열패감은 종종 웨스트를 향한다. 웨스트는 헤이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간혹 피해의식이라며 화를 낸다. 어울리려고 해도 어울리기 싶지 않은 인종 사이의 간격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우다드가 범법자 취급을 받는 장면도 미국의 병폐를 드러낸다. 우다드는 참전한 후 가족까지 잃은 ‘애국자’이지만 백인들에게는 우범자인 주변인일 뿐이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는 반개)
‘트루 디텍티브’ 시리즈는 2010년대 가장 성공한 범죄 드라마로 꼽힌다. 드라마 명가 HBO의 대표작 중 하나다. 시즌1부터 시청자들의 환대를 받았다. 매슈 매코너헤이와 우디 해럴슨이 주연을 맡아 수년에 걸쳐 연쇄 살인마를 추격하는 내용을 담았다. 광신도 집단, 의문의 연쇄 살인,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범인, 미치광이처럼 수사에 삶을 바친 두 형사 이야기가 음산한 분위기에서 전개되다 통쾌한 반전을 선사한다. 시즌2는 직구 같은 드라마였다. 콜린 패럴과 레이철 맥애덤스가 흠결과 상처를 지닌 형사로 분해 로스앤젤레스 범죄조직의 수장을 쫓는 과정을 하드보일드하게 그려냈다. 시즌3은 시즌1,2와 결이 완연히 다르다. 정중동의 드라마다. 과거에 사로잡힌 두 형사의 고뇌와 우정, 갈등을 파고든다. 범인의 악랄함을 부각시키기 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악을 세묘한다. 시즌1,2와 달리 범죄가 격렬하게 묘사되지 않는다. 조용히 마음을 울리는 드라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5%, 시청자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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