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신의 한수'... 경영권은 굳히고, 재산은 남매간 균등 배분하고

입력
2021.04.30 20:30
수정
2021.04.30 21:5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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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지분 →이재용 부회장 예상 벗어나
가족과 균등 배분하면서도 이 부회장 체제는 강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뉴스1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유산으로 남긴 보유 주식의 상속내역이 공개됐다.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몰아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법정 상속 비율대로 배분됐다. 반면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상 가장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을 다른 형제보다 많이 물려받으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을 추구하면서도 시장가치가 가장 큰 삼성전자 지분을 가족과 균등하게 나누면서 가족간 화합도 다졌다는 평가다.

전자는 나눠 갖고 생명은 이재용 부회장이 절반 확보

30일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SDS 등 삼성 계열사는 상속에 따라 변경된 이 회장 및 총수 일가의 주식 변동 현황을 공시했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의 70%는 삼성전자(4.18%), 삼성생명(20.76%), 삼성물산(2.86%), 삼성SDS(0.01%) 등 계열사 지분으로 평가액은 19조 원 규모다. 상속 비율에 따라 삼성 그룹의 지배구조까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일찍부터 이 회장의 보유 주식 배분에 대한 관심이 쏠렸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SDS 지분의 경우엔 법정 상속비율에 따라 부인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 가장 많은 33.33%씩을 물려받았다. 이어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세 자녀에겐 각각 22.22%씩 균등하게 돌아갔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 지분의 경우엔 이 부회장에게 50%, 이 사장에게 33.33%, 이 이사장에게 16.66%씩 주어졌다. 상속에 따라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이 회장에서 삼성물산(19.34%)으로, 2대 주주는 이 부회장(10.44%)으로 바뀌었다.

이 부회장, 경영권은 강화하면서 상속세 부담은 낮춰

재계에선 이번 상속안을 두고 '신의 한수'로 표현한다. 우선 균등 분배로 가족 간의 화합을 다졌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고, 나머지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가족에게 나눠줄 경우 생길 수 있는 분란까지 염두에 뒀다는 시각에서다. 이 부회장(1.63%)을 비롯해 홍 전 관장은 2.3%, 이 사장 0.93%, 이 이사장 0.93%씩 삼성전자 지분을 분배한 부분도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 입장에서도 삼성 계열사와 가족들의 지분을 더해야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노린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방어가 가능하다. 삼성그룹의 3세 경영을 이어갈 이 부회장이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 유지를 위해선 가족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셈이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를 강화시킨 부분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그룹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지분율은 0.7%에 그친 상황이다. 이에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부친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4.18%) 전부를 물려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경우엔 이 부회장이 감당해야 할 9조 원대의 상속세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향후 삼성전자나 삼성물산 등 주력사의 배당성향을 높인다고 할지라도 이를 이 부회장이 혼자서 부담하기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규모다.

이에 유족들은 이미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배와는 무관한 삼성SDS, 그리고 상속 규모가 가장 큰 삼성전자까지 법적 상속 비율대로 나누는 한편 삼성전자를 직접 지배하고 있는 삼성생명을 이 부회장에게 추가 분배하는 묘수를 꺼냈다. '이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지배구조를 적극 활용한 셈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1대 주주인 삼성생명 지분 10.44%, 삼성전자 2대 주주인 삼성물산 지분 18.13%와 함께 삼성전자 지분 1.63%까지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이 부회장 등 가족들이 12조 원에 달하는 상속세도 균등하게 나눠서 부담하게 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가는 계속 오르는데 삼성생명이나 삼성SDS 주가가 떨어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족 간 상속 이후 감정 싸움이 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핵심 지분을 가족들과 함께 나누면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경영 유지는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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