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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잊었나 ... "하루 확진자 1000명 수준 감내"  방역당국의 태세 전환

입력
2021.04.30 17:00
수정
2021.04.30 18:25
2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풍경.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뛰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5월 5일 어린이날 풍경. 어린이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뛰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모임과 이동이 많은 5월을 앞두고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등 방역 조치를 격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6월까지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까지 발생해도 감내해내겠다는 새로운 원칙까지 밝혔다. 지난해 5월 어린이날이 포함된 '황금연휴' 기간에 발생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처럼 확진자가 폭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30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기존 수도권 2단계 및 비수도권 1.5단계를 내달 3일부터 23일까지 3주간 유지한다고 밝혔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동거나 직계가족 모임은 8인까지 허용, 카페 등 수도권 다중이용시설 밤 10시 운영 제한 등의 조치도 마찬가지다. 지난 한 주간 시행됐던 '공공부문 사적 모임' 조치만 해제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늘어나는 모임과 행사

정부도 상황이 녹록지 않음은 인정했다.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600명대를 오르내리는데다, 지난 주말(4.24∼25) 주민 이동량은 6,995만 건으로 3차 대유행 직전인 지난해 11월 14∼15일(7,403만 건) 수준에 가깝다. 5월의 특성상 앞으로 이동량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중대본 회의에서 "5월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부처님오신날 등이 있어 만남과 이동이 더 늘고 그만큼 감염 확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거리 두기 단계를 끌어올리지 않은 것에 대해 정부는 의료 대응 체계에 여력이 있고, 고령층 등 고위험군에 대한 백신 접종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점 등을 꼽았다. 감염병의 무서운 점은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불어나 미처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인데, 이제는 그럴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7월엔 거리 두기 개편안 적용해 방역 더 완화

더 나아가 방역당국은 "6월까지 하루 확진자 1,000명 이하로 통제되면 거리 두기 단계 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그때까지 1,200만 명에 대한 백신 접종까지 완료되면, 지난 3월 마련했으나 적용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던 새로운 거리 두기 체계 개편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새 개편안은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던 '집합금지'를 사실상 폐지하는 수준으로 최소화한 내용이라 그간 방역당국은 '1단계 수준으로 확진자 수가 줄어야 적용하겠다'고 해왔다. 지금 1단계가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 100명(수도권 기준)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하루 확진자 1,000명 수준까지 감내하겠다는 건 기준점을 10배나 끌어올린 셈이다.

개인방역 수칙 철저하게 지켜야

이런 방역당국의 방향 전환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여전하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 초기 모두가 납작 엎드렸던 때와 달리, 올해에는 가정의 달을 맞아 대면 행사를 일부 열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하게 준수한다"고 하지만, 불안감을 나타내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다.

당장 경북 구미시가 어린이날을 맞아 마련한 '놀이 콘서트'부터 학부모들 입방아에 올랐다. 구미 주민 A씨는 "어린이날 행사가 아니라면서 시에서 대놓고 홍보까지 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굳이 저런 행사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이런 소소한 행사들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 수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어린이날 야외 행사는 진행한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며 "가급적 불필요한 모임이나 행사를 만들지 말고, 불가피할 경우 개인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도록 당부하고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도 "정부의 방역 조치 관련 메시지가 강력해야 국민들이 경각심을 가질텐데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어디에서 감염이 일어날지 모르는 만큼 사람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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