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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탈출과 연대의식' 공존하는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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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생지옥’으로 변한 인도의 혼란상이 지속되면서 지구촌의 대응 방식도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우선 인도에 빗장을 걸며 자국민을 빼내려는 각국의 ‘엑소더스(대탈출)’ 움직임이 뚜렷하다. 감염의 근원을 제거하려는 일종의 거리두기다. 하지만 한 편에선 국가 차원을 넘어 평범한 시민들도 감염병에 신음하는 인도 국민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에 가세하고 있다. 인류 공통의 존엄성에 기반한 ‘연대의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 주재 미국 대사관은 29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도에서 모든 의료 서비스 접근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현지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귀국을 공식 권고했다. 미 국무부 역시 인도에 거주하는 정부 직원 가족의 자진출국을 승인했고, 뉴델리 주재 미 대사관과 총영사관 직원들의 출국 허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의 출국 선택권을 개인에게 맡긴 만큼 사실상의 ‘소개령’이라 할 수 있다.
인도와 거리두기는 이미 본격화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 독일 등은 현지 거주 자국민을 제외하고는 인도에서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이날 인도뿐 아니라 이웃나라인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에서 오는 사람의 입국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엑소더스 행렬이 자국 내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의 상황은 여전히 재앙 그 자체다. 이날 하루 코로나19 신규 감염은 전날에 이어 또 38만명에 육박했다. 사망자는 최고 기록(3,645명)을 다시 썼다. 병상을 기다리다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집과 거리에서 숨지는 일은 이제 일상이 됐다. 화장장으로 변신한 공원과 주차장 등 거리 곳곳에서 장작을 쌓아놓고 시신을 처리하는 장면도 익숙해졌다. 영국 BBC방송은 “매일 수천 명의 인도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병원 침대와 산소통을 찾아 헤매고 있다”면서 “호텔과 기차 객실까지 중환자를 받는 용도로 쓰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비규환 속에서도 인류애는 꽃피기 마련이다. 나라 전역이 죽음의 단지로 변해버린 인도를 돕기 세계인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에서는 전날 밤 의료용 산소통과 치료제, 백신 원료, 신속 검사 키트 등을 실은 항공편 두 대가 인도를 향해 출발했다. 인도에 1억달러(약 1,110억원) 규모 긴급 물자를 지원하기로 약속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에 따른 것이다.
또 영국은 산소농축기 495대와 인공호흡기 200대를, 사우디아라비아는 80톤의 액체 산소를 각각 보냈다. 러시아는 내달 1일부터 자국 백신인 스푸트니크V를 인도에 공급한다. 인도와 적대 관계인 중국과 파키스탄, 더 가난한 방글라데시와 부탄까지 의약품을 지원하는 등 힘을 모았다. 로이터통신은 “인도에 도움을 주기로 한 나라가 40개국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정부뿐이 아니다. 일상 속 숨은 영웅의 이야기도 줄을 잇는다. 인도 동부 자르칸드주(州) 교사 데벤드라씨는 1,400㎞ 떨어진 델리에 사는 친구를 위해 도시를 샅샅이 뒤져 산소통을 구한 뒤 24시간을 운전해 전달했다. 뭄바이에 거주하는 파스칼과 로지 부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줄 산소통을 구매하려 기꺼이 보석을 내놓았고, 사립학교를 소유한 비샬 싱씨는 코로나19 치료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다. 자선단체들도 모금 활동에 한창이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정부는 (대응이) 부족했지만 시민사회가 나서 코로나19 싸움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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