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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에선 필요 없는 AZ 백신으로 인도에 생색내는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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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극심한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2,000만회분 재료를 지원한다. 사실상 백신 공급이다. 미국의 대규모 코로나19 백신 무상 제공은 처음이다. 하지만 AZ 백신이 당장 미국 내에서 쓰지 못하는 미승인 제품이어서 자국에는 별 필요가 없는 물건으로 생색내는 모양새다.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코로나 재확산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인도에 1억달러(1,110억원) 상당의 긴급 물품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대유행 사태 초기에 인도가 미국을 도왔던 것처럼 미국도 인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금 협력하기로 했다”면서다. 첫 지원 물품은 29일 항공편을 통해 인도에 도착하고, 다음주 추가 지원도 이뤄진다.
품목은 다양하다. 의료용 산소통과 산소 발생기, 마스크, 긴급 진단 키트, 항체 치료제(렘데시비르) 등이 포함됐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백신이다. 26일 백악관이 “미국이 AZ 백신 6,000만회분을 이용 가능할 때 다른 나라에 내놓겠다”고 공언한 터였기 때문이다. AZ 백신이 지원 대상으로 정해진 건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사용 승인을 얻지 못해서다. 미국 내에서 접종되지 못하고 쌓인 비축분이 타국으로 가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화이나와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자국 제약사의 백신만 승인한 상태다.
하지만 이번에 인도로 가는 건 완제품 백신이 아니다. 백악관은 “미국이 AZ 백신 생산 자재 주문을 인도로 돌렸다”며 “이걸로 인도가 백신 2,000만회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 원료는 26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장 주겠다고 거론한 품목 중 하나다.
생색도 생색이지만, “대가를 바라고 주는 게 아니다”라는 해명에도 인도로 향하는 미국의 선심이 완전히 순수할 리가 없다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 견제가 목적인 4개국(미국ㆍ호주ㆍ인도ㆍ일본) 안보 협의체 ‘쿼드’(Quad)를 주도하는 입장에서 소속국을 포섭ㆍ단속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없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7일 국제사회의 백신 공유 압박과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함께 고려한 결과가 미국의 인도 코로나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에 비하면 미국이 전향적이다. 맷 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28일 브리핑에서 인도에 백신을 보낼 거냐는 질문을 “지금 영국에 남는 백신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영국 기술 결과물인 AZ 백신을 인도가 생산하고 있는데 그게 영국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여”라고 덧붙였다. 해당 브리핑에서 그는 영국이 가을 추가 접종용 화이자 백신 6,000만회분을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제약 업체들이 거세게 반대하는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 방안을 검토 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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