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발 가상화폐 열풍, 도박인가 야망인가

입력
2021.04.30 00:00
27면
비트코인 등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비트코인 등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 연합뉴스


20일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 3,220.7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축배를 터뜨릴 일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주식시장 대신 가상화폐 시장으로 세간의 관심과 돈이 쏠린 탓이다. 15일 기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14곳에 몰린 거래대금이 24조 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코스닥 시장의 하루평균 개인 거래대금보다 5조 원이나 많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약 국민의 관심사로 등극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잡은 좋은 기회를 나만 잡지 못할까 봐 불안해 한다는 뜻의 FOMO(Fear of Missing Out)라는 말이 유행하고, 빚을 내서라도 급등하는 코인에 올라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청춘들이 늘어나고 있다. 어제 몇십 원 하던 코인이 자고 나면 몇백 원, 몇천 원이 되었다는 소식에 나만 벼락거지가 되었다며 자조하는 이들도 많다.

블록체인 기술의 미래에 대한 논쟁을 차치하더라도 작금의 코인열풍은 그 자체로 하나의 현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2030세대들의 코인에 대한 관심은 더 이상 노동소득만으로는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불안과 공포를 반영한 것 아닌가 싶다. 정당하고 가치있는 벌이의 끝은 어디인가? 무언가 투자를 하고 싶지만 가장 확실한 투자 대상으로 여겨졌던 부동산 시장은 이미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져버렸고, 그나마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주식은 하루에 많이 올라봐야 30%에 그친다. 그에 반해 코인은 수중에 단돈 만 원만 있으면 진입할 수 있고, 게임하듯이 24시간 365일 동안 사고팔 수 있으며, 운(?)이 좋으면 몇 배, 몇십 배의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들이 수중의 쌈짓돈을 바리바리 싸들고 가상화폐 거래소로 향하는 모습을 보며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다. 투자냐 투기냐를 떠나 이득의 상태가 정상적인 것인가? 누군가 따면 잃는 사람은 없을까? 제로섬일까? 모두 다 계속 딸 건가? 겉으론 다가올 미래에 미리 투자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의 마음 한켠에 일확천금에 대한 갈망이 어디로 향하게 할까? 단번에 큰 돈을 벌어 먹고사는 문제에서 당장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겠냐만 지금의 코인열풍은 너무 많은 청춘들 사이에서 하나의 풍조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 열 명 중 한 명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아홉 명이 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열 명 중 대여섯 명이 일확천금을 노리면 얘기가 달라진다. 연구실에서, 공장에서, 사무실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해 목표를 향해 달릴 때 회사가 성과를 내고 국가 경제의 전체적인 파이가 커진다. 한국경제의 눈부신 성공은 열 명 중 여덟아홉은 한눈팔지 않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던 기적이었다.

청년들 앞에 놓인 길은 절대 넓고 평탄하지 않다. 우리의 청춘들이 매수와 매도 버튼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대신 땀흘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자기만의 작은 성취들을 쌓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기억해주면 좋겠다. 청년의 야망은 죽었는가?

이런 사회적 환경과 여건을 형성하고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소임은 기성세대의 몫이며 건전한 기풍의 진작과 계승 또한 시대를 사는 책무일 것이다. 그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누구도 정선 카지노를 전국에 만들지는 않는다. 코인매매게임 중독으로 거대한 도박게임이 실물과 현금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성해 본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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