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처럼 눈에 띄는 건 싫어"...'베스트 드레서' 윤여정다운 선택

입력
2021.04.2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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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2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윤여정.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눈에 띄지 않아도 돼, 큰 보석도 필요 없어. 미친 듯 화려한 옷도 싫어."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시상식 스타일링을 맡은 유명 스타일리스트 앨빈 고는 "수많은 유명 스타들과 작업했지만 이런 말을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윤여정이 했던 말을 절대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여정을 가리켜 "매우 꾸밈 없으며 절대된 배우"라며 "50년 이상 활동해온 배우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게 충격적이었다"고도 했다.

싱가포르 출신인 앨빈 고는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의 온라인 연예 사이트 페이지 식스와의 인터뷰에서 윤여정과 작업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스타일리스트로 엠마 왓슨, 틸다 스윈턴, 우마 서먼, 마고 로비, 다코타 존슨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스타일링을 맡아 왔다. 윤여정과는 이달 초 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 때부터 함께했는데 팬데믹의 영향으로 한 번도 직접 만나지 못했고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으로 소통했다. 윤여정은 로스앤젤레스(LA)에서 머무르는 반면 그를 돕는 스태프가 뉴욕과 서울에 있어서 앨빈 고는 LA 뉴욕 서울과 동시 연결해 스타일링을 의논했다. 의상 피팅도 가상으로 했다.

앨빈 고는 "윤여정은 모두가 원하는 할머니"라며 "그는 자신이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걸 모르는데 그 점이 가장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상식을 위해 250여벌의 의상을 준비했다. 그 중 윤여정은 마마르 할림의 드레스를 선택했고 보테가 베네타의 구두, 로저 비비에 클러치를 착용했다. 앨빈 고는 "협찬 관련 전화가 쉬지 않고 왔는데 유명 브랜드들은 윤여정에게 비용을 치르고서라도 자신의 브랜드를 착용하도록 하고 싶어 했는데 윤여정은 그런 것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윤여정은 값비싸거나 화려한 의상과 액세서리엔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그는 재차 강조했다. 자신이 실용주의자임을 늘 강조해온 윤여정은 이번 시상식에서도 화려함보다는 편안함을 택했다. "아주 크고 유명한 브랜드의 보석을 착용해보고선 '너무 무거워서 싫다'고 하시더군요. '손을 흔들 수가 없을 정도'라고요. 그분은 절제되고 편안한 것을 원했어요."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ㆍ한예리가 지난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ㆍ한예리가 지난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앨빈 고는 윤여정이 고른 옷을 두고 "매우 윤여정다운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원단 재질이 가볍고, 서 있든 앉아 있든 구김이 가지 않아서 윤여정이 더 좋아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드레스의 원래 디자인은 (스커트 부분) 내부에 천을 덧대 풍성하게 보이도록 했지만 '풍성해 보이는 게 싫다'는 윤여정의 말에 따라 해당 천을 제거했다. 그는 "윤여정은 공주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면서 "그는 나이에 맞게 보이길 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패션지 보그는 윤여정을 아카데미 시상식의 '베스트 드레서' 중 한명으로 꼽았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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