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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어른 떠났다" 명동성당 빈소에 정진석 추기경 추모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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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님은 한국 교회에 선물 같은 분이셨죠."
28일 고(故)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엔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조문객이 몰려들면서 대기 줄이 교회 뒤편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조문은 정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투명 유리관 앞에서 기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성전 제단 앞에 안치된 유리관 양쪽에는 고인의 사목 표어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이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앞쪽엔 활짝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이 놓였다.
조문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옆 사람과 1m 이상 거리를 둔 채 기도에 임했다. 일부는 기도를 하며 울먹이거나 눈물을 훔쳤다.
추모객들은 정 추기경을 애도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마리아(35) 수녀는 "한국 가톨릭 교회의 대표로서 일해주신 것, 선교에 앞장서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편히 쉬실 수 있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상의(31)씨는 "추기경님은 삶의 모범이 되신 분"이라며 "교회의 어른이 돼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조문객도 눈에 띄었다. 경기도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탄자니아 출신 파트릭(38) 신부는 선종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그는 "한국 교회의 선물 같은 분이 돌아가셔서 슬프다"며 "추기경에게 존경을 표하고 기도를 드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채 조문한 지체장애인 심인보(64)씨는 "예전에 성당에서 축사를 하는 추기경님을 뵌 적 있는데,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를 드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고인과 남다른 인연을 맺어온 조문객도 적지 않았다. 고인이 한때 교사로 재직했던 사제양성기관 서울성신고교를 통해 정 추기경과 인연을 맺은 권복주(65)씨는 불과 몇 달 전에도 정 추기경을 만났다. 권씨는 "올해 초 추기경께 세배를 하러 갔을 때 '좋은 사람의 기를 받아야 더 좋은 사람이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정 추기경은 주교 시절 교황청에서 선물 받은 넥타이핀을 지난달 성당 관계자를 통해 권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오후엔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유은혜 사회부총리,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명동성당을 찾아 조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국 천주교의 큰 언덕이며 나라의 어른이신 추기경님이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드셨다"는 추모글을 남겼다.
전날 오후 10시15분 선종한 정 추기경의 장례는 천주교 의례에 맞춰 5일장으로 치른다. 이날 시작돼 30일까지 계속되는 일반인 조문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가능하다. 장례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일엔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장례미사가 거행되며, 이후 고인은 경기 용인시 성직자묘역에서 영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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