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황금연휴 자숙' 호소에 분노한 日 시민들, 마스크 벗고 집단 술판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사수'를 위해 세 번째 긴급사태를 발령했지만 곳곳에서 방역 틈새가 드러나고 있다. 도쿄도와 오사카부·교토부·효고현 등 4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주류 판매 금지 '고강도 대책'이 나왔지만, 현장 행정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원이나 노상 음주는 물론 민박 숙소를 빌려 집단 술판을 벌이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골든위크'(황금연휴) 기간 제발 집에 있어 달라”(도쿄도지사)는 호소가 역부족으로 보이는 이유다.
28일 수도권 4개 도ㆍ현 지사는 화상회의를 열고 골든위크 기간 시민들에게 외출과 음주를 자제해줄 것을 일제히 당부했다. 일본은 국경일인 29일 '쇼와(昭和)의 날'부터 다음 달 5일 어린이날까지 긴 연휴를 앞두고 있다. 이 기간 이동이 많아지면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 올림픽을 치르려면 방역에 관한 한 시기적으로 사실상의 마지노선이다. 방역당국은 시민들에게 ‘놀러 오지도, 가지도 말자’는 메시지를 보내며, 모임은 온라인에서 실시해 달라, 식당이나 거리 음주는 물론 동거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집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1년간 '코로나 자숙기간'을 버텨온 시민들은 황금연휴에 집에 있으라는 메시지에 공감보다 분노를 터뜨렸다. 요미우리신문은 “각 지자체가 식당은 물론 공원이나 길거리상 집단 음주 자제를 요청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허점을 찾는 이들이 계속 늘어 쳇바퀴를 도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매일 1,0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오사카 지역은 중증 병상이 부족해 긴급한 환자가 구급차에서 하루 넘게 대기하는 일이 발생하지만, 저녁 8시가 되면 공원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감염 확산을 방지하자고 방송하는 홍보 차량이 지나가도 신경 쓰는 기색조차 없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오사카 우메다역 인근 빌딩의 노상 벤치에는 최근 음주를 삼가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는데도 밤마다 술에 취한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여럿이 술을 마시다 보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큰 소리로 떠들어 비말 감염 우려가 커진다.
식당에 대한 주류 판매 금지 요청이나 노상 음주 단속이 강해질수록 허점을 찾는 애주가들의 노력도 집요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에어비음주(エアビ??み)’는 숙소 공유사이트인 ‘에어비앤비’의 이름을 딴 것으로, 민박 숙소를 빌려 지인들과 술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새로운 회식 방법’이라 소개하는 사이트도 있다. 주류 판매 금지 요청을 거부하는 선술집이 “우리 가게는 술을 판다”며 적극적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다.
감염은 계속 확산 중이다. 28일 도쿄도에선 92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해 3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루 900명을 넘겼다. 전날 4,965명을 기록한 전국 감염자 수는 올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이날 5,000명을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간사이대 쓰치다 쇼지 교수는 “지금도 여럿이서 술을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의 상당수가 ‘코로나는 무섭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빠져나갈 길은 얼마든지 있으니 ‘자신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자숙하자’는 생각을 갖도록 메시지를 내는 방법을 궁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