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대표부, 화이자·AZ에 백신 지재권 포기 제안

입력
2021.04.27 19:00
수정
2021.04.27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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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中·러 백신 기술 탈취 우려" 난색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월 25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2월 25일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는 모습. 워싱턴=AFP 연합뉴스

백신 부족 국가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과 특허권 보호를 유예ㆍ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백신 지재권 적용을 중단하는 방안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AZ)에 제안했다.

USTR는 2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캐서린 타이 대표가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루드 도버 AZ 바이오의약품사업부 부사장을 각각 화상으로 만나 백신 생산량 증대 방안과 글로벌 보건 문제, 백신 지재권 포기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에 깊은 연민을 표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감염병을 종식시키고 미국과 전세계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백신 지재권 적용 중단 논의는 지난해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안하면서 불씨를 당겼고, 최근 100여 개 회원국과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단체 300곳이 뜻을 모으면서 구체화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푸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각국 정치인과 석학들도 지재권 한시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WTO는 내달 이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룰 예정이다.

그러나 화이지와 AZ를 비롯해 바이오앤테크, 모더나 같은 제약사들은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재권 적용을 중단할 경우 중국과 러시아 등이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에 적용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술을 탈취할 거라고 우려한다. 이날 USTR 회의에서도 화이자와 AZ는 지재권 포기 대신 백신 공급량 확대 방안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두 제약사는 미국이 개발도상국을 돕는 가장 빠른 방법은 AZ 백신처럼 이미 충분히 비축해 두고 있는 백신 수천만 회 분량을 기부하는 것이라 주장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AZ 백신 주요 생산국이지만 AZ 백신은 미국에서 아직 사용 승인을 받지 않아 생산 물량이 그대로 쌓여 있다. 그간 백신 기부 압박을 받아 온 미 행정부는 이날 AZ 백신 6,000만 회 분량을 다른 국가들과 나누겠다고 밝힌 상태다.

타이 대표는 “백신 생산ㆍ공급에서 중대한 격차를 해소할 해법을 도출하는 데 개발도상국이 어떤 역할을 할지를 비롯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WTO 회원국들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백신 지재권이 유지돼야 한다던 미 행정부의 입장 변화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불라 CEO는 백신 접근성 확대의 중요성, 통상정책으로 백신 생산과 공급을 확대시키는 방안에 대해 견해를 제시하고, 도버 부회장도 백신 생산과 공급 확대의 어려움을 언급했다고 USTR는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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