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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감염 느는데도 단계 격상 버티는 정부… 속내는

입력
2021.04.28 04:30
수정
2021.04.28 08:3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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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찮다. 주말 검사자 수 감소로 인한 영향을 제외하면 연일 600~700명대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이 중 가족·지인 등 개인 간 접촉으로 인한 감염은 4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감염경로 불명도 29%에 달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향 조건을 충족한 지도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여전히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2단계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단계 격상을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2명으로 집계된 27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2명으로 집계된 27일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위중증 환자 줄었다"

현 거리두기 체계에서 단계 조정 시 신규 확진자 수만 따지는 건 아니다. 다양한 보조지표를 쓰는데, 그 중 하나가 '위중증 환자 수'와 '치명률'이다. 이 부분에서 방역당국은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백신 접종 덕을 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위중증 환자 수는 크게 줄었다. 1월 중순까지만 해도 300~400명대에 달했는데, 2월엔 100명대로 내려앉더니 지난달에는 90명대까지 줄었다. 다만 최근 환자 수가 늘면서 위중증 환자도 함께 증가해 이날 0시 기준 156명을 기록했다. 치명률도 1월 30일 기준 1.82%에서 이날 0시 기준 1.52%로 낮아졌다. 아주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라는 얘기다.

"의료대응체계, 아직은 여유"

의료대응체계에도 여유가 있다. 방역당국은 "하루에 신규 확진자가 1,000명씩, 20일간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병상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거리두기의 1차 목표는 환자가 너무 많이 발생해 의료체계 붕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번 주는 '특별관리주간'으로 설정하는 수준에서 대응을 늦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5월 2일까지 공무원들의 회식 및 사적모임을 금지하고, 유흥시설 등 방역취약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회·경제적 비용 고려해야"

거리두기 단계 상향 시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3차 대유행과 함께 사실상 영업에 큰 타격을 입었으면서도 그에 따른 보상은 받지 못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처지도 고려해야 한다. 방역당국이 '사회적 수용성'을 자꾸 거론하는 이유다.

이날만 해도 손 반장은 "거리두기 강화 필요성과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서민들의 피해 우려 등을 두루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수본 방역총괄반장도 "거리두기만을 목적으로 하면 봉쇄가 가장 효과적이지만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려

전문가들 의견도 엇갈린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감염경로 불명이 높다는 건 상황이 언제든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지금 환자가 급증하면 방역은 물론 백신접종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병상 대응여력이 있는데 지금 거리두기 단계를 조정하는 건 사회적 비용만 늘릴 우려가 있다"며 "좀 더 지켜볼만 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무원 사적모임 금지 같은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신속항원검사를 학교, 학원 등에 도입해 무증상감염자 등을 찾아내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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