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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에 도착한 '종이 바다거북 세 마리'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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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날(4월 22일)'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한국일보 기후대응팀에 편지가 왔습니다. 자신을 ‘환경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인 중학생’이라 소개한 허보윤(15)양이 보낸 것이었죠. 함께 온 스테인리스 용기 속에는 종이 바다거북 세 마리가 놓여 있었습니다. 종이거북의 귀여운 등에는 '바다야 미안해' 'ZERO WASTE' 'PLASTIC FREE'라는 글이 씌어 있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지난 26일 화상통화로 보윤양을 만났습니다. 저희에게 편지를 보낸 건 다회용기 보급 캠페인 ‘이로운 꿍꿍이’를 알리기 위해서였대요. 요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그릇을 들고 음식점을 찾는 ‘용기내 챌린지’를 하는 분들이 많죠. 보윤양도 환경을 위해 처음 시작한 실천이 장바구니와 다회용기 사용이라고 해요.
그런데 치킨, 칼국수 등 여러 음식을 받다 보니 양이 제각각이라 불편했다고 합니다. “카페 음료처럼 우리가 포장할 음식의 양을 알 수 있다면, 판매하는 사람도 용기 내는 사람도 더 편리하지 않을까요?” 보윤양은 가족들과 함께 2인분(3.3L)짜리 용기를 제작했습니다. 규격화를 통해 용기내 챌린지가 오래 지속된다면, 바다거북의 코에 빨대가 박히는 일도 줄어들 거라는 기대입니다.
보윤양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건 3년 전입니다. 거제도에 사는 보윤양은 바닷가에 자주 갑니다. 어느 날 사촌언니와 함께 한 해변에 갔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아 놀기가 힘들었죠. ‘한번 줍고 나면 괜찮겠지’ 하고 쓰레기를 주웠대요. 그런데 다음날, 다음 달에도 쓰레기가 다시 쌓였대요.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보윤양 옆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었죠.
보윤양은 이런 모습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구를 생각한다는 공공 행사에서조차 환경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걸 봤기 때문입니다. “2019년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환경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는데요. 에어컨을 켜고도 문을 전부 열어놓고, 참가자들이 일회용 생수병을 쓰고 있더라고요.” 올해 '지구의 날'을 맞아 거제시에서 열린 행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대요. 친환경 기념품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포장쓰레기가 많이 나왔거든요.
그레타 툰베리를 비롯해 현재 가장 활발한 환경운동가들은 청소년입니다. 이들에게 기후위기는 미래가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죠. 보윤양과 친구들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대요. 하지만 실천하는 친구는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보윤양은 “학교에서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 가르쳐주지 않거든요”라고 답합니다.
학교 환경수업은 주로 동영상 시청에 그칩니다. 이번 '지구의 날' 수업에서도 영상을 보고, 영상 내용과 소감을 적는 정도였다고 하네요. 원격수업이 아닌 등교수업을 했는데도 말이죠. 내용도 ‘산업 탄소배출 줄이기’ 등 거시적 이론에 치우쳐있다고 합니다. 사실 교육당국의 무관심 속에 중ㆍ고교 환경수업은 ‘자습시간’처럼 방치돼 있습니다. 환경 교사는 전국에 33명뿐이죠. 청소년들에겐 과자나 장난감의 과대포장만큼이나, 환경교육에 무관심한 학교도 답답한 현실입니다.
‘혼자 노력한다고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보윤양도 친구들의 고민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후회할 것 같아서” 계속 실천하겠다네요. 보윤양은 "환경 수업 시간에 교내 쓰레기를 줍고, 주민센터에 분리배출 장소를 잘 마련해달라고 요구하는 작은 행동으로도 충분하니 더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좋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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