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없어 죽어나가는 인도… 생산보다 '운반'이 더 문제

입력
2021.04.28 0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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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세 서부에서 심하지만 산소 공장은 동부에?
비행기 운반 불가, 철도· 차량 운송 인프라 미비

25일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의 한 산소 생산 업체에서 직원들이 산소 실린더를 옮기고 있다. 아마다바드=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인도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의 한 산소 생산 업체에서 직원들이 산소 실린더를 옮기고 있다. 아마다바드=로이터 연합뉴스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국면에서 가장 걱정을 사고 있는 국가는 인도다. 27일(현지시간)에도 새 감염자가 32만3,144명이나 나왔다. 또 2,771명은 코로나19로 숨졌다. 일주일 내내 신규 확진은 30만명, 사망은 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도 자체 통계다. 대도시를 제외하곤 집계가 제대로 안돼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는 게 정설이다.

방역에 실패한 이유야 많겠지만 인도에선 유독 중증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의료용 산소’ 부족이 사망 폭증을 불러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왜 그럴까.

21일 인도 법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금 이 나라에는 의료용 산소와 산업용 산소를 합쳐 하루 8,000톤가량의 산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일 산소 생산량은 7,000톤에 불과하다. 특히 12일 3,842톤이었던 의료용 산소 수요는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급증하면서 22일 6,785톤으로 껑충 뛰었다. 병원도 산소가 없어 아우성치자 시민들이 직접 산소 실린더를 찾아 나섰다. 당연히 실린더 대여 비용도 이미 이달 초의 두 배를 넘어섰다.

더 큰 문제는 산소를 어렵게 확보해도 운반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뭄바이, 뉴델리 등 인도 서부 지역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산소 생산업체는 나라 동쪽에 몰려 있다. 산소는 위험물로 취급돼 항공편 이송이 불허된다. 기차나 차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인도의 교통 인프라는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다. 인도 최대 산소 생산 업체 이녹스 에어 측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아무도 이렇게 먼 곳까지 산소를 운반하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철도당국이 산소 운송 특별열차를 편성해도 기차가 닿지 않는 시골 마을이 수두룩해 딱히 효과가 없다. 사켓 티쿠 인도산업가스제조협회장은 “앞으로 산소 생산보다 시골 등 외딴 지역으로 실어 나르는 게 최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운송 악재가 해소되지 않으면 인도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붙인 국제사회의 노력도 모두 허사가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의료용 산소와 산소호흡기 등 코로나19 치료 물품을 인도에 지원하기로 확약한 상태다. 영국은 25일 산소 농축기 등 필수 의료장비를 이미 보냈다. 미비한 운송 체계의 여파는 비단 산소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 감염병 확산을 부른, 또 다른 축인 백신 운반도 마찬가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1월 13일 출고된 코로나19 백신이 접종 대상자 손에 닿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며 사례 하나를 소개했다. 부실한 교통에 누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 접종 대상도 분류되지 않아 인도에 백신을 수송하는 일은 ‘지상 최악의 작전’이 될 것이란 결론이다.

압축 산소를 보관할 용기가 부족한 것도 난제다. 의료용 산소는 초저온 탱크에만 저장ㆍ운반이 가능하다. 산소 생산량을 늘려도 담을 탱크가 없어 창고에서 썩힐 가능성이 큰 셈이다. 탱크 생산에는 통상 4~6개월 정도가 소요돼 당장 수입 외에는 해결책도 없다. 인도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산소를 소진한 빈 탱크만이라도 항공기를 통해 생산시설로 회수하기로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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