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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에 이어 윤여정까지... 할리우드 사로잡은 'K무비'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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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K무비'에 주목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의 윤여정이 93회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기생충'이 한국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면 ‘미나리’는 미국 내 한국계 영화인들의 뛰어난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영화사 ‘플랜 B’가 만든 미국영화지만 제작은 한국계 영화인들이 주도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연출한 정 감독의 출중한 재능에 한인 2세 제작자 크리스티나 오(한국명 오진실)의 추진력이 더해져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애초에 정 감독은 한국어 영화가 잘 팔리지 않을 것이라 염려해 대사의 상당 부분을 영어로 썼다고 한다. 그러나 크리스티나 오는 이민 1세대 한인 가족이 대부분 집에서 한국어를 쓰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며 한국어로 대사를 쓰도록 했고 제작 과정에서 이를 관철시켰다. 윤여정과 한예리도 정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한국어 대사를 수정하며 영화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한국계 미국 영화인과 한국 영화인이 힘을 모은 결과가 '미나리'인 셈이다.
‘미나리’의 성공과 함께 한국 영화인의 해외 진출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윤여정은 한류스타 이민호와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에 출연 중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유니버설스튜디오 작품에 출연 제의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나리’에서 윤여정의 딸 모니카 역으로 출연한 한예리 역시 이달 초 할리우드 매니지먼트사 에코 레이크 엔터테인먼트와 계약 사실을 알리며 본격적인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다.
마블 스튜디오의 ‘디 이터널스’에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에 진출한 배우 마동석은 할리우드에 자신의 제작사를 설립하고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더 클럽’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주연도 맡는다.
감독들도 속속 할리우드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해 ‘1987’의 장준환 감독은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의 할리우드 리메이크 연출자로 낙점됐다. ‘악녀’로 칸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던 정병길 감독은 지난해 미국 3대 에이전시 중 하나인 CAA와 계약을 하고 할리우드에서 영화, 드라마 연출을 준비 중이다. ‘파수꾼’ ‘사냥의 시간’의 윤성현 감독도 할리우드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했다. 나홍진 연상호 등은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관심을 보이는 감독들이다. ‘하녀’ ‘돈의 맛’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임상수 감독은 할리우드 신생 제작사 2W네트워크와 손잡고 누아르 영화 ‘소호의 죄’를 연출할 예정이다.
과거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등 영화제 단골 초청 감독들에 국한됐다면 ‘기생충’의 성공 이후엔 한국 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봇물처럼 터지는 모양새다.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도 크게 늘었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본부 해외사업부장은 “과거 한국영화에 대한 할리우드의 관심이 (리메이크를 위한) 지식재산(IP)이었던 반면 ‘기생충’ 이후 한국의 창작자들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한국영화의 양적·질적 성장과 콘텐츠 소비에 국경이 사라지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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