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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수베로 감독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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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불문율. 요즘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주 보이는 단어다. 올해 처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둘러싸고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상황1. 17일 창원 NC파크. 8회 말. 한화가 4대 14로 NC에 크게 지고 있는 상황. 수베로 감독은 투수를 아끼기 위해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그런데 3볼 0스트라이크에서 정진호가 공을 던지자 타석에 있던 나성범이 방망이를 돌렸다. 수베로 감독이 손가락 3개를 펴며 불같이 화를 냈다.
#상황2. 하루 전인 16일 같은 장소. 한화가 8점 차로 뒤진 7회 2아웃 1루. 한화 벤치의 사인을 받은 1루 주자 임종찬이 도루를 시도했다. NC포수 양의지가 한화 측에 항의를 했다.
화를 낸 팀은 상대방이 한국 프로야구(KBO)와 미국 프로야구(MLB)의 불문율을 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정집이나 공식 문서에 나와 있지 않지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다 알고 있는데 했다는 것.
#해설1. MLB에서는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팀이 야수를 마운드에 올렸을 때, 타자는 3볼 0스트라이크에서 방망이를 돌리지 않는다. 수베로 감독은 미국에선 있을 수 없는 플레이를 했다며 화를 낸 것. 하지만 KBO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해설2. KBO에서는 두 팀의 점수 차가 6, 7점 이상으로 벌어지면 공격팀은 도루 시도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수베로 감독은 도루 사인을 냈다. 상대 팀 선수 양의지가 항의를 한 이유다.
수베로 감독은 상대팀이 MLB의 불문율을 깼다고 화를 냈지만 그러는 사이 자신도 KBO의 불문율을 어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프로야구는 게임 규칙이 복잡하고 상황도 다양하다 보니 불문율도 수십 가지라고 말한다. 불문율은 승부의 추가 기운 상태에서 무리한 플레이로 몸 다치지 않게 하고, 상대 선수의 기분 상하게 할 행동을 하지 말자는 뜻이 담겨 있다.
불문율은 내부자용이다. '동네 규칙' '로컬 룰'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베로 감독에 앞서 KBO에 왔던 외국인 지도자나 선수들도 불문율 때문에 갈등을 겪었다. 반대로 MLB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도 불문율을 이해하느라 애를 먹곤 했다.
프로야구 팬 입장에서 수베로 감독의 등장이 반갑다. 수베로 감독의 항의와 문제 제기가 KBO의 불문율 중 시대에 맞지 않는 게 있는지, 고칠 건 없는지 살필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소통이 중요하다. 수베로 감독도 크게 지고 있을 때 도루하면 안 된다는 것을 선수들로부터 설명을 듣고서야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야구는 계속 바뀌고 리그마다 문화 차이도 있다"며 자신은 한국 야구를 존중하고 그 문화에 자신이 맞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늘 열린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KBO에 첫발을 디딘 MLB 올스타 출신 기아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 역시 불문율 때문에 애를 먹다 당시 LG트윈스 류중일 감독과 대화를 나누는 등 노력하면서 적응해 나갔다.
이 같은 노력은 외국인 감독·선수만 할 일이 아니다. 원래 있던 것이니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는 대신 국내 프로야구계도 외부인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충고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리고 야구 팬의 목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 복잡한 불문율 공부 대신 더 많은 박수를 치며 즐기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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