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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이 모여 빚어낸 기적... 윤여정 수상의 숨은 주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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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는 한인들의 합작품이다. 재미동포와 재독동포, 한국인이 힘을 합쳤다. 윤여정이 한국 영화 102년 만에 오스카 여우조연상 첫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은 과정에는 여러 한인의 노고가 있었다.
‘미나리’의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이는 재미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이다. 정 감독은 한때 영화 연출을 포기하려 했다. 2018년 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토대로 해 ‘미나리’ 각본을 썼다. 그는 소속사에 각본을 넘기고, 제작 가능 여부를 타진해 보라고 한 후 인천 유타대 아시아 캠퍼스 교수로 일하기 위해 비행기에 올라탔다.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사인 플랜B가 제작에 착수했다. 담당 프로듀서는 재미동포 크리스티나 오였다. 정 감독과 같은 소속사의 재미동포 배우 스티븐 연이 우연히 각본을 읽었다. 정 감독 사촌여동생과 결혼한 스티븐 연은 좀비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다. 그는 정 감독의 제안을 받지 않고 먼저 출연 의사를 밝혔다. 이후 총괄 프로듀서로까지 나섰다. ‘미나리’가 세상에 나오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됐다.
정 감독은 한국에서 강의하며 출연 배우를 섭외하려 했다. 저예산(200만 달러) 독립영화라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 재독동포 출신 이인아 프로듀서가 다리 역할을 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윤여정에게 각본을 보냈다. 한예리에게도 출연 의사를 타진했다. 독일에서 나고 자란 이 프로듀서는 독일 방송에서 일하다 영화를 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세계적인 독일 거장 빔 벤더스의 ‘밀리언달러 호텔’(2000) 등을 제작하다가 정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윤여정은 “정말 수고해준 사람은 이 프로듀서와 (각본 번역을 한)홍여울”이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 프로듀서는 미국에서 촬영이 시작되자 휴가를 내고 ‘미나리’ 뒷바라지를 마다하지 않았다. 윤여정과 한예리 숙소에서 '밥 담당'을 자처했다.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한 두 배우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해서였다. 윤여정은 “트레일러 안에서 촬영하는데 무더위 속에 에어컨이 고장 나 힘들었지만, 집에 가면 맛있는 밥이 있어 다 잊었다”고 밝혔다. 한예리는 “촬영 뒤 먹던 식사가 기억에 남고 가장 그립다”고 말했다.
스태프에는 한국계가 적지 않았다. 의상 디자인은 수재나 송, 프로덕션 디자인은 이용욱, 캐스팅 디렉터는 줄리아 김이 맡았다. 수재나 송은 1980년대 재미동포들이 입었을 만한 옷을 찾기 위해 구제 옷가게를 뒤졌다. 이용욱은 당시 시대에 맞춰 트레일러를 꾸몄다. 줄리아 김은 큰딸 앤과 아들 데이비드를 연기하는 재미동포 아역배우 케이트 조와 앨런 킴을 캐스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 감독은 촬영을 모두 끝낸 후 일을 며칠 먼저 마치고 숙소에서 쉬고 있던 윤여정을 스태프와 함께 찾았다. 정 감독과 스태프는 윤여정에게 큰절을 했다고 한다. 윤여정은 “너무 깜짝 놀라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라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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