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는 안보기업이다

입력
2021.04.27 00:00
27면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로고.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톡 로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다양한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홍콩과 신장의 인권문제, 미얀마 쿠데타, 그리고 대만에 관련된 외교갈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전쟁이 이미 한창입니다. 미국이 중국의 주요 기관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속속 금지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을 자국에서 원천봉쇄하고 있는 중국이 미국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도 뭔가 어색합니다. 양국이 벌이는 기술 전쟁은 동맹국으로도 번졌습니다. 미국은 화웨이 사용금지를 동맹국들에게 압박해 왔고, 최근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을 불러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늘리라고 요청했습니다. 쿼드 참여국 인도는 자국 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과시했습니다.

외교와 기술이 뒤섞인 이런 심각한 갈등이 세계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최근호 포린폴리시에는 19세기 유럽국가들이 빈 조약을 기점으로 유럽협조체제를 구축했던 것처럼 세계 주요 강대국(미국, 중국, EU, 일본, 러시아, 인도)이 모여 앉아서 확장에 대한 합의를 통해 세계를 안정적으로 경영하라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강대국 중심의 시각이 일단 감정적으로도 불편하지만, 이렇게 국가 간 외교를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제 좀 낡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국가의 힘을 크게 넘는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애플의 시가총액은 이탈리아의 GDP보다 훨씬 크고,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러시아나 일본에 비견됩니다. 덴마크, 영국, 오스트리아와 같은 나라들은 이미 실리콘밸리에 대사급 외교관을 파견해서, 빅테크 기업들과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와 AI가 미래 모든 산업에서 핵심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빅테크 기업들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게 될 것입니다.

이들 빅테크 기업은 거의 모두 미국과 중국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나라는 자국 내 빅테크 기업이 국가주권과 협력적 혹은 종속적인 위치를 가지되, 해외에서는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노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한편 동남아 진출은 돕습니다. 반면 빅테크 기업이 매우 희소한 EU는 빅테크 혹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해 가장 강력한 규제체제를 만드는 중입니다. 빅테크를 보는 관점이 국가별로 다른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세계적으로 1억 명을 넘는 활성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플랫폼 가운데 미국이나 중국 기업이 아닌 것은 딜리버리히어로(독일), 스포티파이(스웨덴), 얀덱스(러시아), 그랩(싱가포르), 그리고 네이버(라인), 카카오 정도뿐입니다. 자국어를 기반으로 한 AI, 자국 상공인에 맞는 상거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을 가진 것은 아주 소수의 국가만 누리는 특권인 셈입니다.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안보상의 이점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삶이 외국 서버에서 분석되지 않아도 되고, 미중 갈등이 격화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특정한 해외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강요 받는 곤혹스러운 선택에 몰리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해외 빅테크 기업의 힘으로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설계된 EU의 정책이 우리나라 규제 당국에게 교과서로 여겨지고, 자꾸 도입되고 있는 최근의 우리 상황은 좀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