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오스카 트로피 확실... 수상 불발 땐 최대 이변

입력
2021.04.25 17:00
21면
구독

26일 시상식... '노매드랜드' 작품상 유력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열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판씨네마 제공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은 26일(한국시간) 열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판씨네마 제공

‘빼어나게 조율된 앙상블의, 숨어 있는 중심축’. 미국 연예전문 매체 할리우드리포터가 지난 21일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연기에 대해 내린 평가다. 조연에 대한 수식으로는 최상이다. 이 매체는 윤여정이 25일 오후(현지시간ㆍ한국은 26일 오전) 열릴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을 것이며 꼭 받아야 한다고 보도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24일 각종 수상 기록 등을 바탕으로 한 ‘수학으로 해보는 오스카 수상 예측’ 기사에서는 윤여정의 수상 가능성(61.6%)을 1순위로 꼽기도 했다. 2순위인 ‘보랏2’의 마리아 바칼로바(18.3%)보다 수상 가능성이 3배 이상 높다.

할리우드리포터만이 아니다. 또 다른 미국 연예전문 매체 버라이어티는 지난 21일 보도를 통해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버라이어티 역시 윤여정이 “반드시 받아야 한다(Should Win)”고 강조했다. 유명 영화 평가사이트 로튼 토마토도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안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매드랜드'는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다.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노매드랜드'는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다. 감독 클로이 자오는 감독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①윤여정 수상 불발 땐 역대급 이변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은 기정사실처럼 됐다. 윤여정이 수상하지 않으면 오스카 역사상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힐 분위기다. 최근까지 이어진 수상 행진만 살펴도 오스카를 거머쥘 가능성이 농후하다. 윤여정은 22일 열린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은 독립영화계의 아카데미로 불린다. 시상식이 아카데미 직전에 열려 오스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마지막 상으로 여겨진다.

윤여정은 4일 미국배우조합(SAG)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이미 승기를 굳혔다. 지난 10년간 SAG상 여우조연상을 가져간 배우 10명 중 9명이 오스카 트로피까지 안았다. 윤여정은 11일 영국 아카데미영화상(BAFTA)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했다. 버라이어티는 “시상식 시즌 초기 유력 후보가 없었는데, SAG와 BAFTA가 흐름을 바꿨다”며 “윤여정은 아시아계 여자로선 배우상을 두 번째 수상하게 될 트랙에 올라서 있다”고 평가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미국에 사는 딸의 가족을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제93회 오스카 주요 부문 예측


로튼 토마토 버라이어티 할리우드리포터
작품상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
감독상 클로이 자오(노매드랜드) 클로이 자오 클로이 자오
남우주연상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채드윅 보즈먼 채드윅 보즈먼
여우주연상 비올라 데이비스(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프랜시스 맥도먼드(노매드랜드) 프랜시스 맥도먼드
남우조연상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대니얼 컬루야 대니얼 컬루야
여우조연상 윤여정(미나리) 윤여정 윤여정
각본상 에머랄드 펜넬(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펜넬 에머랄드 펜넬
음악상 소울 소울 소울

②작품상은 ‘노매드랜드’ 유력

오스카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노매드랜드’가 유력하다. 할리우드리포터와 버라이어티 모두 ‘노매드랜드’가 작품상을 가져갈 것으로 예측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재미동포 2세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작품상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기세가 약한 상황이다. ‘노매드랜드’는 골든글로브상, BAFTA상, 미국프로듀서조합(PGA)상, 미국감독조합(DGA)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휩쓸었다. 눈에 띄는 맞수가 없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노매드랜드’는 집 없이 차로 떠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다.

감독상은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가 차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중국인 자오 감독이 트로피를 거머쥐면 아시아계 여자로서는 첫 수상이 된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왼쪽)은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다. 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는 여우주연상을 놓고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왼쪽)은 가장 유력한 남우주연상 수상 후보다. 비올라 데이비스(오른쪽)는 여우주연상을 놓고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③남우주연상은 채드윅 보즈먼으로 기울어

남주우연상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채드윅 보즈먼으로 기울었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생애를 마감한 보즈먼은 사후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오스카 배우상 사후 수상은 두 차례 있었다. 1977년 남우주연상의 피터 핀치(네트워크)와 2009년 남우조연상의 히스 레저(다크 나이트)가 세상을 떠난 후 트로피를 차지했다. ‘미나리’의 스티븐 연은 아시아에서 태어난 배우로서 후보에 최초로 지명된 것에 만족해야 할 듯하다. 보즈먼은 유명 여가수의 음반 녹음 작업을 도와주는 다혈질 트럼페터 역할을 맡았다.

여우주연상은 ‘노매드랜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와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맥도먼드가 한발 앞서는 형국인데, 캐리 멀리건(프라미싱 영 우먼)이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막판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맥도먼드는 떠돌이 삶을 택한 여성 펀을, 데이비스는 전설적 블루스 가수 마 레이니를, 멀리건은 성폭력에 대한 복수에 나서는 여성 캐시를 각각 연기했다.

남우조연상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급진 흑인운동가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한 대니얼 컬루야가 확실하다. ‘미나리’가 후보에 올라 있는 각본상은 ‘프라미싱 영 우먼’의 에머랄드 펜넬 감독이, 음악상은 ‘소울’이 각각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