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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 정상 "폭력 중단" 합의한 날, 미얀마 시민 또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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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려한 대로였다. 선언은 정의롭되 실행은 담보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들이 미얀마 사태 해결 방안으로 5가지를 합의했지만 이전 외교장관회의 때보다 추가된 두어 개 문장으로 과연 난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교롭게도 정상들이 미얀마 쿠데타 주역과 더불어 "즉각 폭력 중단"을 합의하던 이날 오후 미얀마에선 시민이 또 군부 폭력에 희생됐다.
24일 밤 8시(현지시간)쯤 아세안 사무국은 이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 아세안 사무국에서 열린 특별 정상회의 결과물인 의장 성명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폭력 즉각 중단 △건설적 대화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의 특사 형식 중재 △인도적 지원 △아세안 특사, 대표단 방문 및 모든 당사자 면담이 미얀마 관련 5대 합의 사항이다. 이날 회의에는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브루나이 7개국 정상이 모였다.
지난달 2일 아세안 특별 외교장관회의 의장 성명과 비교하면 특사 중재 및 파견, 인도적 지원이 추가됐다. 일부 전문가는 "아세안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했고 단합된 모습을 보였다"고 긍정했다. 미얀마 반(反)군부 진영도 회의 결과를 일단 환영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일부 정상은 회의에 만족감을 표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정상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에 입바른 소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특사 파견과 인도적 지원은 이미 권력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의 입맛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군부의 유혈 진압에 따른 부상 등으로 치료도 받지 못하는 시민들, 기아와 공포에 시달리는 지역 주민들에게 아세안 차원의 지원이 제대로 전달될지 장담할 수 없다. 특사의 '모든 당사자 면담' 조항 역시 군부 통제에 따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번 외교장관회의 때는 담겼던 '정치범 석방' 항목은 여러 정상이 요구했음에도 이번 합의 사항에서 빠졌다. 시위 관련 검거 및 납치는 미얀마 시민단체가 집계한 인원만 3,300명이 넘는다.
결국 이번 회의로 국제무대에 첫 등장한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귀국 후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그가 아세안 정상들을 만나던 이날 오후에도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선 50대 남성이 등에 군경의 총탄을 맞고 숨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의 시신은 군인들이 빼앗아 갔다. "폭력 자제" 성명을 낸 외교장관회의 다음 날(지난달 3일)은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진 군부의 시민 학살로 30명 넘게 숨져 '피의 수요일'로 기록된 바 있다.
아세안 정상회의 성공 여부는 역설적이게도 미얀마 군부 손에 달려 있다. 슬픈 현실이다. 이날 자카르타는 아세안 정상들의 단정한 성명과 "최고살인자를 단죄하라"는 인도네시아 시민들의 거친 구호가 공존했다. 당장 25일 미얀마 상황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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