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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쓴 102년 한국영화사 최초의 기록들

입력
2021.04.26 10:54
수정
2021.04.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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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배우 윤여정(74)이 '한국 배우 최초'의 기록을 새로 썼다. 25일(현지시간) 영미권 최고 권위 영화제인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다. 앞서 그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인 가족 이민사를 담은 영화 '미나리'로 영미권 영화제에서만 무려 38관왕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그가 쓴 대기록은 지난해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나리'가 처음 공개돼 심사위원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이후 '오스카 레이스'가 펼쳐지는 동안 숨가쁘게 이어졌다. 한국 영화 역사 102년을 통틀어 최초의 기록들이다.

이번 오스카(아카데미상 애칭) 수상만 해도 한국 배우 사상 최초이자 아시아인으로서 두 번째다. 1958년 일본계 미국 배우 우메키 미요시('사요나라') 이후 63년 만의 쾌거다.

남녀 주·조연을 통틀어 영어가 아닌 언어로 대사를 한 배우 중에선 여섯 번째 수상자가 됐다. 이탈리아어로 연기한 '두 여인(1961)'의 소피아 로렌, '인생은 아름다워(1998)'의 로베르토 베니니, '라비앙 로즈(2007)'의 마리옹 코티야르(프랑스어) 등이 역대 수상자다.

또한 여우조연상 수상자 중에선 '인도로 가는길(1984)'의 페기 애슈크로프트(당시 77세), '하비(1950)'의 조지핀 헐(당시 74세)에 이어 세 번째로 나이 많은 수상자로 기록됐다.

앞서 윤여정이 수상한 미국배우조합(SAG)상과 영국 내 최고 영화상인 영국 아카데미영화(BAFTA)상 여우조연상도 한국 배우로는 처음이었다. 특히 SAG의 경우 그는 남녀주연상과 남자조연상까지 포함해서 아시아 배우로 첫 수상자다.

특히 이번 오스카 수상은 1966년 동양방송(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윤여정이 연기 인생 55년 만에 거둔 최고 성취다. 1971년 김기영 감독의 '화녀'로 스크린 데뷔한 윤여정은 이 작품으로 제4회 시체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과 제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제1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상을 휩쓴 바 있다. 하지만 1973년 결혼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이혼과 함께 1984년 MBC 단막극 '베스트셀러-고깔'로 복귀한 그를 다시금 스크린으로 불러낸 건 18년이 흐른 2003년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이다. 이후 '하녀(2010)', '돈의 맛(2012)', 죽여주는 여자(2016)',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 등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윤여정 이름 앞에 붙은 '한국 배우 최초'는 당분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수식이 됐다. 나이가 들수록 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고 있는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최초의 기록인 셈이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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