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가 민생 망친 게 장관 성별 탓? 이준석의 '무리수'

입력
2021.04.23 17:45
수정
2021.04.2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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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민생 무너진 건 '여성 할당제' 집착 탓"
강민진 "질 나쁜 선동...나라 둘로 나눈 조국은?"

지난해 4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연일 '안티 페미니즘' 발언을 내놓고 있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여성할당제'가 민생을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발언으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23일 해당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내각 30% 여성 할당 약속을 저버렸고, 민주당은 페미니즘 정당이 아니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국민의힘 일부가 '페미니즘에 맞서 싸우는 나' 이미지를 선점하고 싶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일갈했다.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 남성 유권자에 어필하기 위해 '안티 페미니즘' 정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강 대표는 22일 이 전 최고위원을 향해 "아주 질 나쁜 선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발단은 이 전 최고위원이 22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진중권에 할 말 있다'는 제목의 글이었다. 그는 이 글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민생이 무너진 건 여성 할당제에 집착해 최고 실력자를 기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폈다.

전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민주당의 페미니즘 정책 탓에 2030 남성이 야당을 지지했다'는 이 전 최고위원의 견해를 반박하고, 2030 남성의 야당 지지는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권의 무능과 위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이 전 최고위원이 재반박하면서 '여성 할당제'를 문재인 정부의 민생 실패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그는 이 칼럼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두고 "이들은 내각의 30%를 여성에 할당하겠다는 할당제의 수혜자"라며 "민생이 급한 상황에서 최고 실력자를 기용하지 않고 수치적 성 평등에 집착했으니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사람 쓰기' 인사 실패...여성 기용 탓 아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정의당 창당식에서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글을 언급하며 "박근혜가 여자여서 나라를 망쳤다고 주장하던 이들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즉각 비판에 나섰다.

그는 "유은혜, 김현미, 추미애 장관에 대해 좋게 평가할 마음도 없고, 그분들이 적절한 인사였다고 말할 생각도 없다"면서도 "문 정부 국무위원 인선의 문제는 '내 사람' 바운더리 안에서 인사를 찾느라 전반적으로 적절한 인사를 배치하지 않았던 것이지, 여성을 기용해서 문제가 벌어진 건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면서 "(애초에 장관이 되지 말았어야 할) 나라를 둘로 갈라놨던 조국 전 장관은 여자였나 남자였나"라며 "(역시 애초에 장관이 되지 말았어야 할) LH 사태에 불명예 사임한 변창흠 전 장관은 여자였나 남자였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장관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고 싶다면 그냥 전문성 없다 하면 되지, 성별 문제를 가져올 이유가 없다"며 "굳이 누군지 이름 언급하진 않겠지만 이력으로만 보자면 이 전 최고가 전문성 없다고 짚은 여성 장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남자 장관들 여럿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또 글 마지막에 "그나저나 이 전 최고가 기고문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이준석은 여성 좋아한다'… 으엑… 할말하않(할 말이 많지만 하지 않겠다)"고 적으며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강 대표의 글을 공유, 공감을 표시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이 전 최고위원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지 못한 원인을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성의 반감이라고 분석한 것과 관련 "아주 질 나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여성 장관들, 최고의 카드였나" vs "비슷한 남성 장관 여럿"

강민진 대표 페이스북 캡처

강민진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할당제 얘기만 지적하면 버튼 눌린 사람들처럼 여성혐오로 몰아간다"며 "강경화 장관이 과연 우리나라 외교가 뽑아들 수 있는 최고의 카드였나. 김 전 장관이 최고의 국토·부동산 전문가였나. 유 장관이 교육에 대해 어떤 전문성이 있나. 추 전 장관이 검찰개혁이라는 걸 추진할 능력과 성정이 있는 사람이었냐"며 반박했다.

이에 강 대표도 물러서지 않고 비판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여성 할당 반대하고 싶으면 그냥 여성 할당 반대한다고 하시라. 무슨 여성 할당제 때문에 민생이 무너졌다는 비약 펼치고 계시나"라며 "관련 경력은 하나도 없이 여성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장관된 것처럼 호도하고 후려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관 이력이 얼마 있냐로 전문성을 따지는 게 맞지도 않지만 동일 잣대로 공정하게 평가하면 세 여성 장관들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더 경력이 없는 남성 장관들도 여럿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정부의 성적표가 좋지 않은 것은 장관의 성별 탓이 아니라 문 정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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