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민완 첩보원, 시리아 국방 차관까지 되는데...

입력
2021.04.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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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미니 시리즈 '더 스파이'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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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첩보원 엘리 코헨은 아르헨티나로 파견돼 시리아계로 위장해 시리아 주요 인사들과 만나 교유한다. 넷플릭스 제공

이스라엘 첩보원 엘리 코헨은 아르헨티나로 파견돼 시리아계로 위장해 시리아 주요 인사들과 만나 교유한다. 넷플릭스 제공


'더 스파이'. 넷플릭스 제공

'더 스파이'. 넷플릭스 제공

이스라엘 첩보원 엘리 코헨은 전설적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다. 적 심장부에 잠입해 조국의 전쟁 승리를 이끌었다.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를 우선했다. 이스라엘에선 영웅 대접을 받는다. 적국 시리아는 그의 정체를 감쪽같이 몰랐다. 정부 고위직에 임명까지 했다. 드라마 ‘더 스파이’는 코헨의 활약상과 더불어 가슴 아픈 가족이야기를 펼친다.


①공들여 만든 첩보 인맥

1959년 코헨(사샤 배런 코헨)은 어느 날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로부터 호출을 받는다. 시리아에 스파이를 파견하고 싶은 모사드에게 이집트계 코헨이 적격이라서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코헨은 잠시 고민하지만 이집트에 살던 때부터 그토록 원하던 조국을 위해 첩보 활동을 택한다.

1961년 모사드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 코헨을 아르헨티나로 우선 보낸다. 코헨은 돈 많은 시리아계 사업가 카말 행세를 하며 시리아대사관 사람들과 교류한다. 돈 많고 사교성 강한 코헨에게 대사관 사람들은 매력을 느낀다. 코헨은 대사관에서 우연히 접한 비밀정보를 빼돌려 모사드로 보낸다. 코헨의 직속상관 시모니는 충동적인 코헨의 행동에 못 마땅해 하지만, 상부에서는 흡족해 한다. 코헨은 아르헨티나에서 다진 인맥을 발판으로 시리아로 진출한다.

돈 많은 사업가 행세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도 이어진다. 정부 요인, 군 장성 등은 코헨의 인심에 마음을 뺏긴다. 코헨은 정보부 앞에 마련한 자신의 집에서 파티를 열어 정보를 캐내는 한편, 향락을 제공해 주요 인사들의 약점을 잡기도 한다. 코헨이 보낸 정보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기습 공격을 격퇴시키는 등 첩보 활동에 따른 성과를 올린다.

코헨은 아르헨티나에서 인맥을 쌓은 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잠입한다. 넷플릭스 제공

코헨은 아르헨티나에서 인맥을 쌓은 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로 잠입한다. 넷플릭스 제공


②시리아 권부를 농락하다

코헨의 첩보 활동은 갈수록 대범해진다.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대치하고 있는 골란고원의 비밀기지를 견학하기도 한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티베리아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천혜의 요새다. 이스라엘로서는 난공불락으로 여기던 곳이다. 기지 위치를 몰라 폭격으로 공략하기도 힘들다. 코헨은 병사들이 햇볕에 노출돼 더위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지역 사령관에게 나무를 심으라고 제안을 한다. 돈을 보태겠다는 말까지 한다. 사령관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1967년 6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은 나무가 있는 곳을 집중 공략해 골란고원을 점령한다.

시리아 정보부는 기밀 유출에 촉각을 세운다. 정보부 인근에서 라디오가 잘 수신이 안 되는 불만이 잇따르자 스파이가 암약하고 있음을 인식한다. 스파이를 색출하려고 애를 쓰나 코헨은 매번 빠져나간다. 장성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애국시민 코헨은 애당초 의심의 대상이 아니다.

코헨은 조국을 위해 첩보 활동에 전념하려 하나 가족을 떠나 겪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넷플릭스 제공

코헨은 조국을 위해 첩보 활동에 전념하려 하나 가족을 떠나 겪는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넷플릭스 제공


③적국 국방 차관까지 됐으나…

아르헨티나에서 인연을 맺은 알 하피즈 장군이 쿠데타를 주도하며 코헨의 활동 범위는 더 넓어진다. 코헨이 첩보원으로 맹활약하며 이스라엘은 큰 이득을 얻지만 그의 가족은 불행하다. 아내 나디아는 밖으로만 떠도는 남편이 밉다. 이스라엘에 잠깐 방문해 얻은 아이들이 있지만 얼굴은 아예 못 본다.

오랜 첩보 활동으로 피로와 긴장이 누적된 코헨은 이스라엘로 돌아가길 원한다. 하지만 그의 성실한 활동이 되려 발목을 잡는다. 코헨은 시리아 정부로부터 국방 차관 자리를 제안 받는데, 모사드는 더 없는 기회로 여긴다. 코헨은 국방 차관이 돼 시리아에 더 머물게 된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실화가 더 극적일 때가 있다. 엘리 코헨의 활약상이 그렇다. 1960년대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가 첨예하게 맞서던 시절 코헨의 첩보 활동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개인보다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코헨의 애국심이 놀랍기도 하다. 역사를 뒤흔들었던, 영화 같은 코헨의 삶 만으로도 흥미롭다. 사샤 배런 코헨의 연기도 볼거리다. 코믹 이미지가 강한 그가 정극에서도 저력을 보여준다. 애국심에 불타는 이스라엘 요원들의 면모,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한 시리아 정부 인사들의 면면이 극명하게 비교되기도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6%, 시청자 84%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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