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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냐 사법이냐" 좌표 흔들리는 한일 위안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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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사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각하하면서 한일 간 위안부 문제가 외교 영역으로 회귀할 전망이다. 그간 정부의 외교적 해법 도출 실패로 위안부 문제는 사실상 사법 영역으로 넘어가 있었다. 위안부 문제를 두고 정부와 사법부가 오락가락하는 동안 정작 문제의 '본질'인 피해자 권리 구제는 좌표를 잃은 채 헤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5부는 이날 김복동 할머니 등 유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국가면제(한 주권국이 타국 재판 관할부터 면제를 인정한 국제 관습법)를 인정하지 않은 지난 1월 판결과 상반된 결론이다.
같은 심리 내용을 둘러싼 '1월 판결'과 '4월 판결' 간 충돌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 1월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 협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4월 재판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외교적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권리 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한일 간 공식 합의"라며 1월 판결에 대한 곤혹스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 판결로 위안부 문제는 2015년 합의를 토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데 행정부와 사법부 간 의견이 일정 정도 수렴된 긍정적인 측면은 있다.
그러나 외교 영역의 해법이 마땅치 않다. 외교부는 이날 판결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에 따라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일본이) 1993년 고노 담화와 2015년 위안부 합의에서 스스로 표명한 책임 통감과 사죄, 반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정부 입장을 두고 모순이란 지적도 있다. 피해자 상당수는 여전히 한일 위안부 합의로 마련된 일본 정부 출연금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하면서도 피해자 상당수가 외면한 합의를 인정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피해자들이 항소한다고 해도 대법원 판결까지 또 수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며 "영원한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로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아온 한일관계에 숨통이 트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 정부가 가장 우려했던 '강제 집행'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우리 정부의 부담을 덜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라"며 버티고 있는 일본 요구를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다. 향후 유사한 소송들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본이 우리의 대화 요청에 적극 응하기를 바라는 것은 요원하다. 일본은 그간 우리 사법부 판결에 대해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관훈토론에서 "(우리가) 매우 현실적인 여러 가지 방안을 일본 측에 제시했지만, (일본에) 갈 때마다 '더 나은 대안을 가져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 간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란 어불성설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일본에 화살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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