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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따라가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 급격 확산에 방역·의료체계 붕괴

입력
2021.04.2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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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확진자 30만 육박... 미국 빼면 최초?
'이중 변이' 급격히 퍼져 전국 확산 초읽기
물량 태부족해 백신 수출 금지 조치 허사

17일 인도 아마다바드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노인이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다바드=AP 연합뉴스

17일 인도 아마다바드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한 노인이 병원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다바드=AP 연합뉴스

14억 인구 대국 인도가 남미 브라질의 길을 걷고 있다. 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퍼져 하루에 신규 환자가 30만명이나 쏟아진다. 대도시 의료체계도 붕괴 직전이다. 변이 확산으로 사실상 방역에 손을 놓은 브라질과 꼭 닮았다. 확산세가 어찌나 거센지 유일한 해법인 백신 수출을 멈추고 자국민에 집중 투여하려 해도 무용지물이다.

21일(현지시간) 인도 보건ㆍ가족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인도의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는 29만5,041명이다. 코로나19 창궐 후 미국을 빼면 하루 환자가 30만명에 이른 나라는 인도가 처음이다. 사망자(2,023명)도 연이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감염 확산이) 폭풍과 같다”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한탄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2차 대유행은 지난달부터 급증한 ‘이중 변이’ 바이러스 탓이다. 이중 변이는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자에서 두 가지 돌연변이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연히 전염력도 훨씬 세다. 실제 1차 대유행 때보다 젊은층 감염율이 높아졌고, 메스꺼움이나 충혈 등 기존에 없었던 증상까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인구가 워낙 많아 봉쇄 조치도 약발이 안 먹힌다. 변이 확산의 중심인 뉴델리는 19일부터 6일동안 봉쇄에 들어갔지만, 이미 시골 출신 노동자들이 버스와 기차에 다닥다닥 붙어 도시를 떠났다. 대부분 일용직이어서 봉쇄가 지속되면 생계 유지가 어려워지는 만큼 고향행을 택한 건데, 이렇게 되면 이들이 변이 지역 확산의 매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체계도 무너졌다. 뉴델리의 산제이 간디 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용 병상을 46개에서 160개로 4배나 늘렸으나, 중환자 치료에 필요한 산소호흡기는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달 병상이 없어 환자들이 죽어나가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병원들 모습과 겹친다.

기댈 언덕은 백신뿐인데, 지난달 25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금지하고도 인도에는 물량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동부 오디샤주(州)에선 지난주 700개의 백신 접종 센터가 재고가 바닥 나 문을 닫았다. 인구 2,700만명의 북부 펀자브주도 확보한 물량은 48만회분에 불과다. ‘세계의 백신 공장’으로 불릴 만큼 생산 능력은 충분하지만 원료를 미국 등에 절대 의존해 공장이 있어도 개점휴업 상태에 놓인 것이다. 인도에서 백신을 한 번이라도 맞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8%,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1.3%에 그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지역에서 공식 집계보다 많은 확진ㆍ사망자 수가 확인됐다”며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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