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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자 잡는다면서 남초 카페서 이슈 캐오는 정치, 그만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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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이 20대 남자 잡기에 혈안이 돼 있다. 민주당이 페미니즘 정책을 펴서 졌다는 야당, 군 가산점제 부활을 추진하는 여당이 너나 없다. ‘한국, 남자’(은행나무) ‘잉여사회’(웅진지식하우스)의 저자인 사회학자 최태섭씨는 “실체 없는 주장에 응답하는 무책임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19일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들이 남초 카페에서 이슈 캐오는 것은 그만두라”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에 몰표를 줬다는 출구조사에 대해 “민주당이 여성주의 운동에만 올인한 결과”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는 사실이 아니지만 20대 남성들이 스스로 약자이고 차별받는 것으로 여긴다는 분석은 2019년부터 나왔다.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이 청년 남성에게 적잖은 게 사실이다. 일단 군대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대다수 남성에게 군 복무는 징벌로 여겨진다. 20대에 군 복무 때문에 취업과 사회생활이 미뤄진다. 그런데 제대로 된 사회적 보상이 없었다. 과거 공무원 시험의 군 가산점제는 정부가 돈 안 들이고 손쉽게 줄 수 있는 보상이었다. 군 미필자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이 난 후 지금까지 정부가 제대로 된 보상 체계를 마련한 적이 없다. 전보다 취업이 어렵고 생존이 팍팍해진 것도 사실이다. 과거 20~24세에서만 군 입대 등으로 남성 취업률이 여성 취업률보다 낮았다가 2018년을 기점으로 29세까지 여성 취업률이 높아졌다."
-현실은 남자가 피해자라는 인식과 거리가 멀다.
"상당한 착시다. 어떤 데이터로도 확인이 안 된다. 여성 취업률이 더 높은 것은 30세 미만까지일 뿐 30대부터 여성이 경력단절을 겪고 남성 취업률이 높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임금 격차에 대한 김창환 미 캔자스대 교수의 연구를 보면 학교 학과 학점 등 스펙이 똑같아도 20대 여성의 월평균 소득이 20대 남성의 82.6%였다. 남녀 임금 격차는 (성차별 외에)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다. 남자라서 알바 자리를 구하기가 더 힘들다는 주장도 있는데, 서비스직에 여자만 고용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인데 차별의 결과를 차별의 원인으로 착각한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이 더 떠드는, 필터버블이 계속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견’이랍시고 떠다니는 것을 언론이 받아쓰고 돌고 돌면서 남성 차별이 실체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는 악순환이다.
20대 청년의 불안, 불만은 사실 10년 전부터 나온 이야기다. N포 세대, 88만 원 세대라는 용어가 나온 게 2000년대 후반이다. 청년들이 이전 세대보다 크게 궁핍해졌다는 진단인데, 이것이 세대의 문제인지 계급의 문제인지, 어떤 착시인지 등 논쟁이 흐지부지된 면이 있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하태경 의원은 2019년 워마드 해체를 위해 토론회를 열고 법안을 발의하거나 최근 알페스를 고발하는 등 20대 남자를 공략하는 전술을 펴왔다. 안티페미니즘 주장이 정당의 정책으로 공식화하는 것은 해악이 커 보인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라면 동조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정치인들이 엄연한 현실을 무시하고 이런 이슈를 제기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보좌관들이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이슈를 캐오는 건 그만둬야 한다. 사실 먼저 20대 남자에 주목한 것은 여당이다. 2018년 말 20대 남자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보고서가 나오면서부터다. 그런데 정말 20대 남성이 그렇게 취약하다면 진작 법안이든 뭐든 나왔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는 것은 무슨 뜻일까. 첫째, 20대 남자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남초 카페에서 언급되는 것을 끄집어 낼 뿐 고민이 없다.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다. 둘째, 20대 남자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없다. 워마드 해체 같은 안티페미니즘 법안, 정책이 20대 남자에게 도움이 되나. 안티테제만 남은 것은 문제 자체가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남초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활발히 의견을 개진하는 일부를 여론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실체가 없다고는 해도 20대 남성 표가 72.5%나 쏠린 것을 보면 ‘이남자 정치’가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닐까.
“이준석 하태경 두 사람이 자기 지분을 당 안팎에 주장하는 것이다. 투표에 실제로 영향을 미쳤는지는 분석을 해 봐야 하지만 최소한 알페스 고발에 감동해서 투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20대는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40대와 달리 ‘보수 정당은 안 된다’는 인식이 없다. 87년 민주화운동이 이미 86세대가 사유화한 역사가 돼 버렸는데 20대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포스트 87’을 체현한, 87년 이후를 당연시하는 이 유권자들에겐 아무 감흥이 없다. 86세대가 기득권, 반민주의 행태를 보이는 한 반대편 정당에 투표하는 게 당연하다.”
-민주당도 뒤따라 퇴행적 정책들을 추진하니 문제다. 전용기 의원이 군 가산점제 부활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고, 박용진 의원은 남녀 군사훈련을 제안한다.
“20대 남자 집단을 보수로 정체성화하려는 야당의 노림수에 조바심 난 여당이 완전히 휘말린 꼴이다. 군 가산점제 부활은 남녀 싸움을 만들고 국가 책임은 회피하는 나쁜 이슈 제기다. 다만 박용진 의원의 모병제를 전제로 한 남녀평등복무제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권인숙 의원도 여성 의무 복무를 주장했었다. 여성들도 다른 차별이 모두 없어진다는 확신이 있다면 기꺼이 간다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국 현실을 여성을 징병하는 국가들과 비교해 보자. 노르웨이는 페미니즘이 주도한 경우였다. 군대라는 무력 조직을 남성의 영역으로 남겨두는 것은 위험하고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맥락이었다. 이스라엘은 주변국과의 전쟁 위협이 커 온 국민이 국방의무를 진다는 차원에서 여성 군 복무를 의무화했다. 이스라엘 여군은 후방 업무와 정보만 담당하고, 군 내 성폭력도 빈번하다는 보고가 있다. 한국은 어떤 모습이 될까. 내가 포병으로 근무하던 2014년 즈음 처음으로 여군이 포병에 배치됐는데 여자 화장실도 없고, 훈련병이 여자 장교 외모를 평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프라와 인식 모두 여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조사에서 ‘여자도 군대에 가야 된다’고 응답한 이들이 ‘여자는 직업으로서 경찰이나 군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데에 더 많이 동의했다. 여자에게 군대 가라면서 군인은 안 어울린다는 이런 모순적 인식이 어디 있나.”
-이 전 최고위원은 자신은 여성혐오, 안티페미니즘을 입 밖에 낸 적이 없다면서도 ‘과격한 페미니즘’, ‘왜곡된 성별 갈라치기’가 문제라고 주장한다.
“어떤 여성혐오주의자가 혐오를 한다고 인정하나. 영미에선 ‘나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러나…’라는 밈이 있다. ‘아니지만’ 하고 나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다. 우리나라에는 ‘나는 성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그러나…’가 그에 해당한다. 진짜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쓰이는 용어를 보고 '도대체 뭐가 페미니즘이란 거지?'라며 어리둥절할 것이다.”
-젠더 갈등을 자극하고 이용하는, 혐오 정치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보인다.
“정치가 트롤링(관심유발·어그로)에 휘둘리는 것으로 규정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 미국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롤에 흔들려 반이민, 반이슬람 정책 기조가 세워지지 않았나. 온라인에서의 트롤링이 오프라인까지 진출해 민주주의와 정치가 흔들린다. 한국도 트롤링에 잠식당하고 있다. 단적인 예가 게임업계다. 여자 성우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가 계약 해지된 사건 이후 한국의 게임업체들은 항의가 나오면 납작 엎드려 지목된 여성을 빼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최근에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 ‘허버허버’라는 표현이 남성혐오라는 지적이 나오자 카카오 측이 해당 이모티콘을 홀랑 내려버렸다. 제대로 된 기준이 없으니 소비자 요구라며 다 넘어간다. 2014년 북미 게임업계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을 때는 게임업체들이 ‘말도 안 되는 악성 주장에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식 단위에서 이런 선언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의 가치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정치도 누군가 시끄럽게 떠들면 떠밀려 가는 형국이다."
-2016년 총선부터 2021년 재·보선까지 투표 추이를 보면 20대 남성은 아마도 싫은 정당을 안 찍은 결과 진보·보수를 오락가락한 반면 20대 여성은 줄곧 진보 쪽으로 움직였다. 왜 이런 성별 차이가 있을까.
“이번에 제3후보를 찍은 20대 여성의 표가 전통적 개념의 진보 표인지는 잘 모르겠다.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은 맞는 듯하다. 20대 여성들도 불안이 누적되고 있다. N번방 사건 이후에도 온라인 성폭력은 계속되고 20대 남자 이야기뿐이니. 한국 사회에서 20대 여성의 삶이 언제 만만한 적이 있었나. 그나마 어느 정당이 우리를 대변할지를 생각하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절대 아니라는 인식인 것이다.
20대 남성은 하나의 집단 정체성을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문화 소비가 활발한 세대지만 게임을 제외하면 타깃 소비자도 안 된다. 영향을 받는 곳이라면 남초 커뮤니티인데, 여기서 여성혐오가 잘못된 정보와 함께 순환되고 변형되고 공유되면서 강화된다. 가령 페미니즘이 문제라고 말하는데 페미니즘이 뭐냐고 물으면 잘 모른다. 여성가족부를 해체하라는데 여가부가 뭐 하는 곳이냐고 물으면 모른다. 2015년 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왜 여성혐오가 발생하느냐는 질문에 청소년 남자의 응답 1위가 ‘남자에게 의존해 사치를 일삼는 여자들 때문’이었는데 그런 여자를 한 번도 보지 못했을 10대 남자가 어떻게 이런 인식을 갖게 됐을까. 그것이 남초 커뮤니티의 영향일 것이다. 이런 학습을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 그러나 20대 남자를 악마화하는 것도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다양하게 분화돼 있는 20대 남자를 뭉뚱그려서 호명하는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 즉 우리 편 또는 악마로 만드는 것일 뿐이다.”
-같은 세대의 남녀가 왜 이렇게 다른 인식을 갖게 됐을까.
“두 가지 가설을 갖고 있다. 첫째는 20대에서 일시적으로 일어나는 나이 효과라는 것이다. 2019년 젠더 의식과 관련해 여성정책연구원, 시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세 조사가 있었다. 비슷하게 나타난 경향이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제일 심하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는 것이다. 20대에 적대적 성차별·반페미니즘 인식이 많다가 나이가 들수록 온정적 가부장주의가 많아진다. 20대까진 여성이 수능성적, 내신, 대학 성취, 취업률 등에서 우위를 보인다. 그러다가 취업하면서부터 여자라서 차별받는 것을 체감한다. 남자들은 20대까지 여자에게 눌린다는 인식이 있다. 사회적으로 남자가 이기는 게 당연하다고 주입받았는데 눌리니까 적대적이 된다. 그러다 취업·결혼을 하고 아내가 일 많이 하면서 월급은 적게 받는 걸 보거나 직장 내 성차별을 간접 체험하면서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이 가설대로라면 지금 20대 남자도 나이가 들수록 안티페미니즘적 태도가 사라질 것이다.
두번째 가설은 근본적 사회 변화라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여성의 지표는 개선되고 있다. 그 결과 여자들이 결혼 안 하고 혼자 벌어서 살겠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부장제 남자 생계부양자 모델이 실현된 적은 사실 한 번도 없었지만 과거엔 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여성들이 온전한 사회적 권리를 갖기 위해 결혼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사회적 권리를 가진 여성들은 불합리한 결혼 제도 안으로 들어올 생각이 없다. 가부장제 질서 자체가 허물어지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그 반동으로서의 안티페미니즘은 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청년층 문제가 젠더 이슈로 포장되면서 핵심을 가리는 것 아닐까. 지금 한국 사회의 문제는 50대 이상 주류 기득권이 자원과 기회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고 젊은 층에게 기회를 열어줄, 청년 정치가 필요하다.
“20대가 스스로 정치세력이 되어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소위 20대 문제란 우리 사회가 성장하면서 20대에게 집약적으로 나타난 것이지 그들이 만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힘도 없고 자원도 없고 인구도 적은 그들이 어떻게 해결하나. 결국 해결은 정치의 역할이다. 서로 이해가 충돌하고 자기 이익을 대변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때 공익을 따지며 요구들을 조율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런데 한국 정치는 조율 기능을 상실했다. 정치가 마비됐다. 대립과 갈등을 자양분으로만 삼으려 한다. 정말 20대 남자가 문제라면 조사를 돌리고 연구용역을 해서 필요한 게 뭔지 찾아내야지 ‘여자를 차별해 주세요’라는 결론은 무책임하다.
안티페미니즘 주장을 펴는 이들 중엔 정치적 야심으로 뭔가 도모하는 이들이 많다. 여혐 콘텐츠로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안티 페미 코인을 끌어온 사람도 많다. 돈이 되거나 유명해질 수 있으니 여혐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다.
공정 담론도 비슷하다. 공정은 모든 사람에게 불편부당해야지 내 앞은 부당하고 그 뒤는 상관 않는 게 맞는 논리인가. 서울캠퍼스와 지방캠퍼스를 똑같이 대우하는 게 공정하냐는 질문을 이 사회가 진지하게 들어주는 게 문제다. 이 점에선 20대 여성도 다르지 않다. 비정규직 공무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들고 일어나 반대했는데 이 중엔 젊은 여성들이 상당수다.”
-정치가 성평등의 대의를 지키면서 청년층의 소외감을 덜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가 트롤링에 휘둘리는 것은 가치 기준이 없어서다. 공적 영역에는 공적 기준이 필요하다. 보편타당한 공익과 아닌 것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기준 없이 표가 몰리면 엎드리는 것은 매우 잘못된 대응이다. 흔히 악플러에게 먹이(관심)를 주지 말라고 하는데 개인의 노력보다 공적으로 선을 긋는 게 중요하다. 한국에서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부터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잘못된 주장’이라고 밝혀야 한다. 국민 다수가 여성, 장애인, 외국인을 차별하자고 하면 차별해도 되는 것인가. 안 된다는 것이 인류가 21세기에 이르러 얻은 교훈이다. 은근슬쩍 이런 주장에 여지가 있다는 식으로 물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틀린 것은 틀렸다고 말하고, 대신 상대를 설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이것을 잘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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