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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광풍 속 정부 뒷짐에 애꿎은 시중은행만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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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뜨겁게 몰아치는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애꿎은 시중은행이 온몸으로 맞고 있다. 제도 미비와 여론 의식 등으로 정부 당국이 한발 물러서 있는 사이, 민간 은행이 '환치기 방지'부터 거래소 검증까지 사실상의 관리 부담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김치 프리미엄(한국의 거래소에서 다른 나라보다 가상화폐가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 차익을 노린 해외 송금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전날부터 비대면 중국 서비스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새롭게 설정했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비슷한 규정을 내걸었다. 각 은행은 지점 창구에 '과거 거래가 없던 고객이 5만 달러에 맞춰 송금을 요청할 경우 거절하라'는 요지의 공문도 내려보냈다.
하지만 가상화폐를 사기 위한 해외 송금이나 차익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증빙 서류 없이 가능한 건당 5,000달러, 연간 5만 달러 내 송금은 은행이 목적을 확인 할 의무도 없다.
그럼에도 은행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를 재량껏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준을 빡빡하게 두다 보니 현장에서 민원이 발생하는 건 부지기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익 거래로 이득을 보려면 5만 달러로 부족하기 때문에 보통 지인을 동원해 분산·차명 송금을 하거나 허위 증빙서류를 내는 방식을 택한다"며 "이런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이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의심 가는 거래는 기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문제를 다루는 정부 부처가 다양해 눈치를 봐야 할 곳이 많은 것도 은행으로서는 부담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모아 가상화폐 해외송금 관련 회의를 열었다. 국무조정실에서는 송금 과정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실이 없는지 면밀히 살피라는 주문이 내려왔다.
외화 반출을 경계한 외환당국이 직접 은행의 옆구리를 찔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책임지고 나서려 하기보다 각 부처마다 시중은행만 압박하는 모양새다.
가상화폐 거래소 검증도 사실상 은행의 몫이 됐다. 최근 개정된 특정금융거래법은 거래소 입출금 계좌를 실명 운영하도록 하면서 연계된 은행에 모든 검증 책임을 부여했다. 하지만 당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나 원칙이 없어 은행 자체로 거래소의 위험도나 안전성, 사업모델 등을 평가해야 한다.
일각에선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 말 이후에는 현재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외 다른 거래소가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이 거래소와 손잡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정부가 가상화폐 제도화에 과도하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미 시장 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전향적 태도로 입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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