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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무대에서 희망을 두드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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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올해 '한화와 함께하는 2021 교향악축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여전한 상황에서 열린 행사라 여러 의미가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는 무엇보다 타악기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많아 특별했다. 오케스트라 가장 뒤에서 심벌즈나, 트라이앵글 등을 분주히 연주하는 이들이 타악기 단원들이다. 이들은 오케스트라 소리의 마지막 색채를 담당한다. 타악기는 보통 금속성 소리로 화려하고 독특한 음색을 만드는데, 오케스트라에 다양한 색채를 불어넣는 한편 역동성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타악기 연주자들은 무대에 서기가 쉽지 않았다. 코로나19 탓에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등 비교적 편성이 작은 작품들이 주로 연주됐기 때문이다. 다양한 소리색을 요하는 말러나 쇼스타코비치 등 대편성 작품들은 연주되지 못했다. 편성이 확대되고 연주자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바이러스 감염 위험도 덩달아 급증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타악기 연주자들은 이렇다할 공연 없이 한 해를 보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윤재현 타악기 차석은 "중요한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 초조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에 시달렸다"며 지난 1년을 회상했다.
올해 '교향악축제'는 타악기 연주자들의 박탈감과 공허함을 채울 수 있었던 축제의 장이었다. 심벌즈와 글로켄슈필, 트라이앵글, 탐탐, 베이스드럼 등 다양한 타악기가 필요한 작품들이 다수 선곡됐기 때문이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2번(7일 경북도향), 말러 교향곡 6번(13일 대전시향), 말러 교향곡 4번(14일 수원시향), 하차투리안 교향곡 2번(16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17일 경기필하모닉) 등 타악기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작품들이 관객을 만났다. 오케스트라 소속 단원만으로는 소화할 수 없는 대규모 작품은 객원 연주자까지 합세했다.
경북도립교향악단의 김지원 타악기 상임단원은 "오랜만에 관객을 직접 만나는 대면공연이어서 설렜다"며 "지휘자 선생님과 연주자들의 의욕이 높았던 무대였고, 가장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기 위해 다른 타악기 단원들과 여러 악기 브랜드 모델을 두고 연구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 썰매방울 소리로 수원시향의 말러 교향곡 4번을 시작했던 박라영 타악기 단원은 "관객 앞에서 좋은 음악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고, 연주를 하면서 잠시나마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순수한 느낌도 받았다"고 소회를 전했다.
'교향악축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지점은 참가 악단들의 앙코르 무대였다. 악단들은 앙코르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대진 지휘자와 창원시향은 닐센 교향곡 4번 '불멸'의 마지막 악장을 다시 연주했다. 작곡가 닐센은 삶에 대한 인간의 의지를 불멸이라는 키워드로 함축했다. 이종진 지휘자와 춘천시향은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준비했고, 김광현 지휘자와 원주시향은 베토벤 '에그몬트 서곡'을 선보였다. 힘차고 당당한 선율들은 객석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마시모 자네티와 경기필은 마스카니의 작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을 골랐다. 풍부한 선율로 잘 알려진 이 작품은 시칠리아에 찾아오는 새로운 봄을 선율로 담았는데,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담긴 선곡이었다.
고난 속에서도 '교향악축제'는 무사히 순항중이다. 악산에도 꽃은 피고 있었다. 봄 축제에 참여한 21개 교향악단 중 포항시향과 KBS교향악단의 무대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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