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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맞아 죽은 시설 관리의무 방기" 정부 상대 첫 손배소송

입력
2021.04.19 18: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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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유족 대신해?위자료 3억 원 청구 소송
"시설이 아무리 좋아져도 인권침해 발생"

편집자주

이왕구 논설위원이 노동ㆍ건강ㆍ복지ㆍ교육 등 주요한 사회 이슈의 이면을 심도 깊게 취재해 그 쟁점을 분석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코너입니다. 주요 이슈의 주인공과 관련 인물로부터 취재한 이슈에 얽힌 뒷이야기도 소개합니다.


지난해 3월 경기 평택시 소재 미신고 장애인 시설인 ‘평강타운’에서 한 활동지원사가 30대 발달장애인을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활동지원사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수감 중이고, 시설장에 대해선 수사가 진행 중이다. 김남희(43ㆍ사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는 이 사건을 장애인 시설 관리ㆍ감독 의무를 방기한 시설장, 지자체, 정부 모두의 책임으로 보고 2월 유족을 대신해 시설장ㆍ정부ㆍ평택시를 상대로 위자료 3억 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장애인 시설에서 발생한 학대와 사망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의 민사상 책임을 묻는 첫 번째 소송이다.

그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제는 정부와 지자체가 법의 테두리 안에 있는 관리 의무조차 방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설장은 평강타운과 같은 지붕을 쓰는 신고 장애인 시설 ‘사랑의집’을 동시에 운영했다. 김 교수는 “당국이 신고시설인 사랑의집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랑의집은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시설 평가에서 2016년과 2019년 연이어 F등급을 받았지만 아무런 제재조치를 받지 않았다. 사망한 피해자는 애초 사랑의집에 입소했지만 시설장이 임의로 퇴소처분한 뒤 미신고 시설 평강타운에 살게 했다.

김 교수는 “복지부에서 평가를 위해 사랑의집을 방문했을 텐데 시설장이 정부 지원금을 빼돌리기 위해 마음대로 10명이 넘는 입소자들을 미신고 시설로 보냈는데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신고 시설에는 인권보호를 위해 주민, 장애인 보호자 등으로 꾸려진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해야 하지만 운영된 적이 없다. 처벌규정이 없으니 시설장이 관심을 가졌을 리가 없다.

김 교수는 “제도가 있어도 처벌규정이 없고, 당국은 미신고 시설에 대해서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씁쓸해했다. 그는 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 처벌 규정을 강화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안’에 대해 시설운영자들이 “과거와 같은 인권침해는 사라졌다”며 입법을 반대하는 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시설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해도 시설일 뿐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게 본질입니다. 국회가 꼭 법안을 통과시키길 기대합니다.”


김남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김남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상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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