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몰려드는 멕시코 '코로나19 백신 원정대'

입력
2021.04.19 18:10
멕시코 중산층, 백신 보급 지연되자 잇단 미국행
미국은 백신에 대한 불신으로 상당수 미사용 상태

미국 텍사스주가 모든 성인 대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난달 29일 한 간호사가 샌안토니오의 한 접종소에서 주사기에 약을 채워 넣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멕시코에서 내 연령대에 맞는 순서를 기다렸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으려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한다. 매일 많은 사람과 접촉하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걱정이 많았다."

멕시코에서 프랑스 식당을 운영하는 프랑스인 줄리앙 드 벨래그(40)는 최근 미국 텍사스주(州)에서 백신을 맞고 돌아온 이유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같이 밝혔다.

17일(현지시간) FT에 따르면 멕시코 중산층이 자국의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지연되자 미국으로 '원정 백신 접종'을 떠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멕시코인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남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지역을 발견하는 즉시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2억 회분 이상의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은 백신 접종 자격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모든 주가 16세 이상 주민 모두에게 백신을 제공한다.

텍사스주의 경우 "텍사스에서 살거나, 일하거나,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백신 접종 대상"이라는 게 주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텍사스주의 그 동안 백신 접종자 중 0.04%는 다른 국가에서 온 이들이다.

멕시코에서 텍사스주 댈러스까지 가 화이자 백신 접종을 마친 줄리아 레이스는 "어디서든지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라며 "비행기가 만석이었는데 접종 장소인 월마트에서 같은 비행기 탑승객과 마주쳤다"고 말했다.

멕시코는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라틴아메리카에서 처음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는 등 남미의 코로나19 백신 선도국으로 꼽힌다. 현재 1,300만회 접종을 마쳤다.

하지만 인구가 약 1억3,000만명에 이르는 데다 최근 마르셀로 에브라르도 외교장관은 "외국산 백신에만 의존해 백신 보급 지연을 겪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신 기피증 때문에'…백신 재고 쌓여 가는 미국

지난해 12월 알래스카 나파키아크의 백신 책임자가 주민들이 접종하게 될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나파키아크=AP 연합뉴스

반면 미국은 '백신 기피증'이 여전해 사용하지 않은 백신이 쌓여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 남동부 몇몇 주는 보급된 백신 중 30% 이상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텍사스주에서는 유통된 백신의 4분의 1 가량이 아직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알래스카주는 6월부터 국내외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무료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알래스카주는 인구의 약 40%가 최소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특히 65세 이상 백신 접종 비율은 66%에 이른다.

결국 주요 선진국이 백신을 독점하면서 우려했던 백신 빈부 격차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제이슨 마크작 라틴아메리카 센터 국장은 "엘리트층은 비행기표를 사서 백신을 맞으러 떠날 수 있다"며 "하지만 정작 백신이 더 필요한 이들은 재택 근무를 할 수도, 집에만 머물 수도 없어 선택지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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